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나의 크리스마스

담우淡友DAMWOO 2019. 12. 25. 12:21

커피를 내린다

드리퍼가 없다

손잡이 달린 컵에다 거름 종이를 얹고

오목하게 손질한 후 커피 분말을 세네 스푼 퍼 넣는다

거름종이 둘레를  왼손으로 감아 쥐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찬 것은 아이스크림조차 한 입 먹지 못한다 

크리스마스는 찬 계절에 있다

마음 안방에서 종을 울리지 않고

손 둘레에서 카드와 동영상으로 재생 된다

손끝에서 자판을 타고 모니터 화면을 건너

에스엔에스 여울 따라 기억속에 사는 이들에게 전송 된다 


답신이 오면 커피를 마신다

생강청 두어 스푼 첨부한 불랙커피를 한 모금

두 모금 마실 때면 답신은 더 이상 없다

캐럴 송 음원이 모니터 화면에 붙어 있지만

커피에 탈 수 있으면 한 모금 마실 것이다


한 집에 사는 사람이 교회에 가고

딴 방에 사는 사람이 집에 남으면

고장난 컴퓨터 냉장고를 사는 거리의 확성기를 듣는다

저 사람은 고물에다 크리스마스를 붙여넣었구나

나는 모조리 전송해 버렸다


식은 커피에는 미세한 분말 찌꺼기가 남는다

나의 크리스마스는 저장한 이미지 조각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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