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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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文)

가을 고양이 2

담우淡友DAMWOO 2019. 10. 29. 10:16

 골판지 사과 상자로 만들어 준 집에서 아기 고양이 세 마리는 잘 지내는 것 같았다. 아침 해가 뜨기 전까지 꼼짝도 않고 들어 앉아 있었다. 햇살 드는 지붕 가운데서 장난치며 놀다가 쏙 들어가곤 했다.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고양이의 배변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고양이들이 뛰어 놀 때 1층 지붕 아래는 식당의 주방이었는데, 고양이들의 우당탕 소리가 몹시 시끄러운 것 외에 식당 주인의 말에 의하면 고양이 똥 냄새가 지독했다. 고양이들이 주방 입구 쪽 지붕 끝 언저리를 화장실로 쓰고 있었던 것이다. 3층 우리 집에서 내려다보면 고양이 똥이 마치 커다랗고 시커먼 바퀴벌레 때처럼 보였다. 무시무시하게 싸질러 놓은 것!

  식당 주인은 그 원인이 고양이 집을 지어 주었기 때문에 거기에 터를 잡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웃이냐 고양이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야만 했다. 내 집 지붕에 길고양이가 사는데 옆집에서 고양이 집을 만들어 얹어 주었다. 고양이한테는 좋은 일이지만, 마구 뛰어다니는 소리 들리고 똥까지 싸지르면 과연 아무렇지도 않을까? 생각하니 식당 주인한테 매우 고약한 불편을 안겨 준 것이다. 더구나 고양이를 데려다 키울 마음도 없으면서 집을 만들어 주고 먹이도 갖다 주곤 했으니 식당 주인이 옆집 이웃에 대놓고 불평도 못하고 속앓이를 했을 것이다.

  결국 집을 치워 버렸다. 집을 끌어 내릴 때, 안에 있던 고양이는 후다닥 필사적으로 뛰쳐나갔고, 2층 발코니 아래 구석에 몸을 숨겼다. 나중에 살펴보니 지붕 끝에 웅크리고 앉아 있거나 힘없이 돌아다녔다. 어미 고양이는 보이지 않은지 오래 되었고, 집 없는 행색이 역역해 보였다.

차가운 늦가을 밤을 지나 아침에 확인해 본다. 다행히 지붕을 걸어 다니고 있었고, 제법 덩지가 큰 한 마리는 오래 전에 쫓겨났던 2층 발코니 고향으로 돌아가 있었다. 나머지 형제들도 고향으로 돌아갈 것 같다. 또 쫓겨나지 않았으면 바라보지만, 아무래도 화장실 문제가대두 되면, 정착을 장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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