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박제된 추억

담우淡友DAMWOO 2020. 1. 16. 10:47

시간이 잡아먹어 버린 기억을 다시 끄집어 낼 때

맹금류 새들이 토해낸 펠릿(pellet)과 같이

소화 되지 못하고 엉켜 있는 실마리들이 단단하다

전두엽에서 혹은 후두엽 밑바닥에서 데구르르 공처럼

눈시울 밖으로, 목구멍 밖으로 굴러나온다


콧날이 칼로 베이듯이 시큰하다 

맹금류 새들은 매일 몇 시간을 닥치는대로 뜯어 먹고는

사냥감의 털이나 수염 같이 질긴 시간의 잔해를 토해낸다

내 가슴에 닥치는대로 쌓인 저 눈부신 기억들이

시간의 창자에서 숙성을 거치지 않고

무조건 화사하게 찌르르르 몸밖으로 쏟아져 나올 때


아! 이걸 어쩌나

흙이 되는 시간이 한 세기 걸리겠다  

충적세 말기 지층에 묻혀 화석이 되겠다.


ipad 로 sketchbook.com 앱을 사용하여 전자펜으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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