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담우淡友DAMWOO 2020. 1. 24. 10:23

2019년 폴더에 저장해 두었던

설을 불러온다

낡은 곳 한 군데 없다

고스란히 떡국이 들어 있고

신사임당 치마자락 같은 세뱃값이 들어 있다

둘째 할아버지의 기침이 묻어 있는 

임금님의 용안이 접힌 지폐도 있다

(딱지를 접었다가 혼난 기억을 지우지 못했다)


휴지통에 버렸던 윷놀이 말판을 복원한다

말은 늘 사촌의 말을 업고 징검다리를 건넜다

힘센 다리와 화려한 갈기에 나는 주눅이 들었고

모서리를 꺾지 못하고 돌아서 먼 길을 달렸다

방계는 직계 보다 설이 낯설었다

큰아버지란 자가 늘 음복을 먼저 한 2019년 차례


2020의 설은 혼자 오지 않는다

2019의 기억에 매달려 온다

조금 달라진  말을 타지만

같은 말판을 달린다

이번에 내가 사촌의 말을 업고 달린다

모에서 또 모!

모서리를 꺾지 못하고 돌아서 먼길 달린다

밭두렁과 논두렁을 건너 도착한

바깥마당 사랑채에서

다른 이름으로 2020 설을 저장한다

 

 2021 설에 다시 불러오려고

새 폴더에 새 파일로 영구저장한다.

 

사촌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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