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지금 어디에 있든
오지 않고는 못 배기겠지
땅 속에서 개구리가 밀어 올리고
뱀도 한 가닥 똬리를 풀텐데
햇빛에다 가지를 꽂은 나무가 바람을 칭칭 감고
모든 낌새 알아차린 뿌리가 입을 떼면
서릿발이 제발로 산을 내려가고
지붕을 덮고 엎드려 있던 집들이 가슴을 열텐데
쏟아져 나오는 구스다운 코트 속 뽀얀 재잘재잘을 어찌하려고
채비를 서두르지 않고는 못 배기겠지
해는 벌써 집집마다 창문에 키스를 해대고
이미 첫 웃음이 뜨락에 닿은 매화 걸과
물가로 나온 히든 보이스 종달이의 목소리를 들이 허락했으니
냇물이 여울에서 부르는 노래 윤슬 반짝이는데
약속은 안 했지만 순서를 지키지 않고는 못 배기겠지
기다리는 이들 때문에 늑장 부리지 못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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