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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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文)

주말 코로나의 산책 길

담우淡友DAMWOO 2020. 3. 2. 09:39
바이러스 감염을 피하려고 방콕한지 며칠.
섬유질 근육이 풀린 몸 여기저기 힘의 보충을 부른다.
더 꼼짝말 것인가. 몸을 다랠 것인가. 패딩을 입고 KF94 마스크를 쓴다.

 

밖은 경칩을 앞둔 이른 봄의 햇살이 미세먼지 보통을 머금고, 금세라도 땅 위에서 아지랑이를 끓일 것 같다.
기온은 부드럽고 바람은 나지막하게 차갑다. 산수유가 엷은 노란 색의 미소를 소복이 나뭇가지 끝에 올려놓고 있다.
길섶 여기저기 자고 4판화의 개불알꽃이 짙은 초록 바탕에 흰 화심의 판란 꽃잎으로 점묘화를 그렸다.
한라산에서 흘러왔을까? 한라송이가 머메이드 라인 드레스 같은 자줏빛 꽃을 내걸고 있다.
강바닥 한 쪽으로 굽이쳐 흐르는 물가에는 청둥오리, 물오리, 원앙의 무리들이 모래밭에 앉아 광합성을 하고 있고,
날개를 퍼덕이며 몸을 씻는 새끼 오리가 간간히 나른함을 깨운다.

 

그들은 일부러 떨어져 앉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들한텐 시비를 걸지 않는다.

 

무작위로 사람을 골라 발열 시키고 기침을 유도한다. 공부를 게을리하는 사람마저 자신의 프로필을 외우게하고 대적할 방안을 세우게 한다.
전생에 재벌 가문의 형제였을까. 원한에 까운 싸움을 걸어온다.

 

사람들은 모르는 사이와 접근을 꺼린다. 다가오면 멀찍이 비켜간다.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거의 없다.
가까운 사이조차 멀리서 부르거나 손을 흔들며 지나간다. 코로나가 사람에게 강요한 대면규칙이다.
막강하고 집요해서 감염 확진자의 동선이 집앞을 지나가도 불안에 떨게 한다.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전송 되는 확진자 알림 문자에 빠뜨린 코를 건져올리며 옆사람과 붙여서 불안의 수치를 끌어 올린다.

 

바이러스가 무차별 공격에 들어가도 사람들은 산책을 나온다.
자신의 폐부를 바이러스 탄환이 뚫고 지나가리라는 위험을 무릅쓰거나 나만 그렇지 않을 거라는 막연함 혹은 무감각,
오늘처럼 몸을 밖으로 부르는 이른 봄의 부드러운 기온 때문일 것이다.

 

바이러스가 공기 좋고 풍경 환한 강변에는 아직 눈을 돌리지 않은 것일까.
그래 거기라도 좀 가만 내버려 두기를.....
 
침묵의 폭군 코로나19와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의료진의 모습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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