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격리 된 봄

담우淡友DAMWOO 2020. 4. 9. 13:15

 

격리 된 봄

 

 

나뭇가지와 헤어져 땅으로 내려간 흰 꽃잎 위에

우두커니 서 있는 목련나무가 미열 때문인지 수척하다

신경도 안 쓰는 참새들이 재재거라며 이리 날고 저리 날고

막 새잎 돋는 회화나무 가지는 작년에 치장했던 생기의 삼십 프로

칠십 프로 하위까지 예상을 넓히고 있다

녹색을 가득 채운 회양목 곁에서 풍성했던 노란 미소를 접고 있는 개나리와

매실의 기억이 시큼했던 매화나무, 시큼 달달했던 산수유나무가

코로나 음성 판정 이후 얼굴에 덮여 있던 수심을 걷어내고 있다

세 번이나 개학이 미뤄진 학교 담장 울타리에는 붉은 장미 새 순이 한 뼘 고개 들고

겨우내 동심을 지켜온 소나무가 증상을 이겨낸 어두운 녹색 바래지 않았다

언제 운행을 시작할지 꿈을 꾸는지 아침 햇살에 이마가 빛나는 어린이 보호차량

소방도로 가에 주차장의 차들이 막 앓고 난 환자처럼 가만히 엎드려 있다

문을 열었지만 막 세상에 나온 파리가 먼저 현관으로 들어오는 음식점과

자기 집에 수용된 아이들이 감히 나오지 않는 학원가

마스크 안 쓴 개와 길고양이만 어슬렁거리는 골목에

감기라고는 기침도 한 번 해 보지 못한 바람이 이따금씩 비티에스 춤을 춘다.

 

 

 

 

2020 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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