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19
늘 가까웠던 공기를 밀어내고 내 입에 밀착한 놈이었다
위아래 입술을 통째로 부비면서도 깊숙한 혀 키스를 엿보는 놈
구취를 견디면서 허파를 공전하고 나온 숨을 온몸으로 빨아들였다
자전하는 등 뒤의 야채 같은 공기를 조금씩 바꾸어 들여보냈다
촉촉한 내 혀가 닿을락말락할 때마다 상하로 가슴을 떨었지만
법랑질 울타리를 너머 들어올 생각을 꿈에도 꾸지 않았다
놈의 등 뒤에는 야채밭을 짓밟고 온 스토커가 있었다
코와 입으로 동시에 허파까지 파고드는 속정 결핍의 사이코패스
막아준다는 구실로 양 볼까지 싸잡고 버티는 놈
놈의 보디 가드 철학엔 명제만 있을 뿐 논리가 풀잎이다
꽃잎에 입술 댈 때 서슴없이 비켜 선다
롱 타임 키스를 입 안에 넣을 때면 멀찍이 돌아서서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모든 물기 빼앗기고 빈 입으로 부르면 여전히 처음처럼 다가와 밀착하는
배알도 없는 무작정 보디가드
질 씻지 않는 놈이라 갈아치운 몇 번째 놈의 무리들 중
검은 슈트가 어울리는 오늘의 그 놈
날씨가 더워져 답답한데도 밀착 보호를 고집한다
이 놈 역시 물기 흥건한 혀끝이 닿을 때마다 상하로 몸을 떤다
입 안에 목젖이 닿도록 넣어 줄 일 없지만
오늘 하루 종일 데리고 다닐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