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마스크19-詩

담우淡友DAMWOO 2020. 5. 4. 09:26

마스크19

 

 

 

늘 가까웠던 공기를 밀어내고 내 입에 밀착한 놈이었다

위아래 입술을 통째로 부비면서도 깊숙한 혀 키스를 엿보는 놈

구취를 견디면서 허파를 공전하고 나온 숨을 온몸으로 빨아들였다

자전하는 등 뒤의 야채 같은 공기를 조금씩 바꾸어 들여보냈다

촉촉한 내 혀가 닿을락말락할 때마다 상하로 가슴을 떨었지만

법랑질 울타리를 너머 들어올 생각을 꿈에도 꾸지 않았다

 

놈의 등 뒤에는 야채밭을 짓밟고 온 스토커가 있었다

코와 입으로 동시에 허파까지 파고드는 속정 결핍의 사이코패스

 

막아준다는 구실로 양 볼까지 싸잡고 버티는 놈

놈의 보디 가드 철학엔 명제만 있을 뿐 논리가 풀잎이다

꽃잎에 입술 댈 때 서슴없이 비켜 선다

롱 타임 키스를 입 안에 넣을 때면 멀찍이 돌아서서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모든 물기 빼앗기고 빈 입으로 부르면 여전히 처음처럼 다가와 밀착하는

배알도 없는 무작정 보디가드

 

질 씻지 않는 놈이라 갈아치운 몇 번째 놈의 무리들 중

검은 슈트가 어울리는 오늘의 그 놈

날씨가 더워져 답답한데도 밀착 보호를 고집한다

 

이 놈 역시 물기 흥건한 혀끝이 닿을 때마다 상하로 몸을 떤다

입 안에 목젖이 닿도록 넣어 줄 일 없지만

오늘 하루 종일 데리고 다닐 참이다.

나의 초밀착형 보디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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