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학교
봄을 따라 어김없이 꽃들은 대지에 놀러 나왔다
참새들은 잊어먹지 않고 학교 앞 화화나무에서 노래를 불렀고
근린 공원 놀이터엔 햇살과 바람이 종일 그네와 시소를 탔다
겨울방학이 끝나갈 무렵 개학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한 주만 더 늘이면 미처 못 간 중국 여행을 갈 것 같았다
밀린 학습지를 다 풀고 못 이긴 온라인 게임을 마칠 것 같았다
황해를 건너 온 춘장 향의 핑계를 만났을 때
개학은 학사 일정에 운명을 삽입했다
천이백팔십사 년 독일 하멜론에서 한 사내가 피리를 불며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진 후
이천이십 년 한국 전역의 학교에서 한 사내의 피리 소리도 없이 아이들이 사라졌다
개학은 비단 천 상의 안에 운명을 끌어안은 핑계와 손을 잡았다
기다리던 아이들 대신 교문 걸어 잠근 운동을 같이 뛰었으며
정글짐과 미끄럼틀을 오르내렸다
방콕 집콕하며 연일 핑계와 꿀 떨어지는 봄날을 보냈다
교실 문을 열어 본 적이 없다
까맣게 잊은 신학기 출석부에 출석일수가 하얗게 잘려 나갔다
로그인한 에스엔에스에서 아이들을 찾아나서는 봄날
꽃샘바람이 회화나무 밑을 지나 학교 울타리를 넘는데도
아이들은 교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영상 파일이 되어 온라인 교실을 떠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