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온라인 학교

담우淡友DAMWOO 2020. 4. 23. 09:41

온라인 학교

 

 

봄을 따라 어김없이 꽃들은 대지에 놀러 나왔다

참새들은 잊어먹지 않고 학교 앞 화화나무에서 노래를 불렀고

근린 공원 놀이터엔 햇살과 바람이 종일 그네와 시소를 탔다

 

겨울방학이 끝나갈 무렵 개학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한 주만 더 늘이면 미처 못 간 중국 여행을 갈 것 같았다

밀린 학습지를 다 풀고 못 이긴 온라인 게임을 마칠 것 같았다

황해를 건너 온 춘장 향의 핑계를 만났을 때

개학은 학사 일정에 운명을 삽입했다

 

천이백팔십사 년 독일 하멜론에서 한 사내가 피리를 불며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진 후

이천이십 년 한국 전역의 학교에서 한 사내의 피리 소리도 없이 아이들이 사라졌다

 

개학은 비단 천 상의 안에 운명을 끌어안은 핑계와 손을 잡았다

기다리던 아이들 대신 교문 걸어 잠근 운동을 같이 뛰었으며

정글짐과 미끄럼틀을 오르내렸다

방콕 집콕하며 연일 핑계와 꿀 떨어지는 봄날을 보냈다

 

교실 문을 열어 본 적이 없다

까맣게 잊은 신학기 출석부에 출석일수가 하얗게 잘려 나갔다

로그인한 에스엔에스에서 아이들을 찾아나서는 봄날

꽃샘바람이 회화나무 밑을 지나 학교 울타리를 넘는데도

아이들은 교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영상 파일이 되어 온라인 교실을 떠돌았다.

 

 

신문지로 그린 꿈나무(7세 김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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