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장맛비

담우淡友DAMWOO 2020. 7. 10. 08:01

남쪽 바다와 땅에서 머뭇거리던 장마였다

전선을 북쪽으로 확대했다

어디를 향해 물총을 쏴야할지 정한 모양

이미 쏠만한 곳에 싫컷 쏴

울어야할 사람들은 울고

넋을 놓고 희망을 잡을 사람들은 잡고

 

우리가 사는 곳에도 울만한 사람과

오늘을 놓고 부여 잡을 내일이 곳곳 있다

 

장마가 다연발 물대포를 장전하는 동안

우리가 설치한 과녁이 용량 미달이거나

색깔이 자연스럽지 못해 조준이 빗나가서

믿었던 축대 귀퉁이가 무너져 내릴 때

 

사람을 탓했다

비가 실탄인 장마의 사격을 나무랄 수 없었다

오늘 장마는 철갑탄을 격발하지 않았다

전선을 구축한 아리수 강북에서 

맞으면 가슴이 축축해지는 물탄이 수 백 탄창이다

장마의 무기가 비 뿐이 아니라는 걸

어떤 사람이 흠뻑 젖은 뒤에야 알았다

 

장마는 이기는 것 보다 흐느낄 때 더 전사답다는 것과 함께.  

 

 

아직 필 때가 아닌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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