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이라면
잠깐 비 그치고 잿빛 구름 뒤로 햇살이 비치는 중이라면
양친에게 귀염받았던 얘기
형에게 박하사탕 하나 얻을 때 엄마의 힘을 빌린 기억
동생의 수박 바 한 입 날쌔게 가로 챈
그 날의 강수량과 습도 그리고 바람의 방향에 찾은 앞산의 울창한 녹음
서로 목소리가 밝다
오후의 무더위를 참은 뒤
잿빛 구름 사이로 낙조 한 자락 누나의 흰 땡땡이 감청 원피스 떠오르면
양친이 누나에게만 쏟은 십 기가바이트의 사랑
에스에스디 하드 빠르기의 재생이 눈부신 형의 유산 상속과
영구 저장한 동생의 유산 포기 동의서 몇 장
어둑해질 때까지 형은 어떻게 종가를 지키고 있는지
동생은 언제까지 누나의 결핍을 형이 채울 것인지
서로 목소리에 땅거미가 스멀거린다
우리가 핏줄인 건 맞지만
한 번이라도 핏줄을 묶어 한 다발의 질긴 면발로
유년의 가마솥에 국수 댓 그릇 팔팔 끓인 적 있는지
옥수수 밭 치아 고른 숨바꼭질 외침이 환청으로 들리는지
서로 목소리가 개울가의 버드나무에 맺히는 빗방울 소리다
한 그루 과실나무의 추억을 흔들면 후두두두 떨어지는 살구 알 눈빛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