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커피 한 잔
해가 마스크 벗고 쏟아내는 볕이 뜨겁다
가을 한 낮
옥상 빨랫줄에 빨래를 널다가 카페를 발견했다
밝은 파랑 하늘과 탈지면 뜯어 놓은 듯한 양떼구름
그 아래 풍경 울타리 겹으로 친 산 줄기
꼭대기부터 노랑 빨강 주황 물감 들이는 나무들
멀고 가까운 집, 집, 집
눈앞 가까이 벽 모서리마다 자가 격리된 왕거미가 거미줄 식탁을 차리고 있다
얼른 내려가서 잽싸게 믹스 커피 스틱을 자르고
손잡이가 달린 컵에 털어 넣은 다음 포트에 끓인 물을 붓자마자
찰랑거리는 컵 안의 커피 수위를 가늠하며 다시 올라온다
잠자리가 비행 트랙을 지우고 있고
참새가 오선 채우지 못한 전선에 몸으로 짹짹짹 멜로디의 음표를 단다
비대면 따위를 무시한 바람이 선선히 지나간다
바람과 햇살과 구름을 드레싱한 커피 한 모금
삼 층 아래 도로와 골목에서 들려오는 삶의 소리가 서라운드 배경음악이 된 옥상의 카페
빈 컵 안에 방역 해제 된 가을이 담긴다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