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타향의 가을

담우淡友DAMWOO 2020. 10. 3. 15:58

 

 

고향 논에도 지금  벼가 익고 있겠지

겸손한 아버지 대신 자신만만한 맏형의 손에 자란 벼가

이견 없이 고개를 숙여 안으로 여물고 있겠지

 

벼멸구 견뎌낸 벼가 내면을 단단하게 채울  쯤에는

성숙한 메뚜기도 원숙한 몸짓으로 응원하고

방아깨비가 숙이네 정미소 전기 모터 소리를 낸다

뜸부기가 날지 않아 논바닥에 개구리밥 가득 띄우던 여름이

쓰름매미 미루나무 꼭대기에서 뒷산 위로 올라가고

그 때 벼꽃은 지난해 가을 보다 눈부신 금빛 마련했을 것이다

 

코로나가 집앞 개울 건너 아스팔트 신작로를 따라 지나갔지만

마스크도   벼들은 마이삭 하이선 바이러스를 이겨 냈다

맏형이 아버지처럼 기대한 풍작을 암시하고 있었다

추석에   고향의 황금벌판을 타향의 논에다 펼쳐 놓았다

 

고향의 논에서 풍기던 벼이삭의 마른  같은 향기가 바람을 타고 온다

잠시 마스크를 벗고 냄새를 흠뻑 마셔 본다

훌쩍

찬바람에 약한 콧속의 점막에 콧물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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