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동쪽 파랑 초원으로 구름양떼 몰고 가더니
밤 사이 모두 양털을 깎았나 보다
선득한 오늘 아침 양털 카펫을 깔았다
초록 초원이 먼 땅에 사는 나는 별 수 없이
먼지 없는 물세탁 가능 도톰한 사계절 거실 사각 러그 카펫을 깔았는데
털실 빠진 직물 여백처럼 파랑 풀이 듬성듬성 드러난 하늘 양털 카펫
뵈지 않는 목자가 앉았다 간 귀퉁이가 눌려져 있다
가벼울 것 같은 그의 몸 무게가 중력을 얻었을까
낙엽 무늬 컬러풀한 땅 위로 지나간 자국 보일 만큼 환한 아침나절
나는 중력을 거부하고 창밖으로 나가서
코까지 파묻힐 만큼 폭신한 양털 카펫 위에 눕는다
주인 목자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공간은 파랗고 태양에 눈이 탈 듯이 시리다
이 대형 양털 카펫 어느 구석에
땅에서부터 먼저 올라와 늦잠에 빠져 있을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까지 있을까, 있지, 있어야만 하는 게 섭리에 맞겠다
얼룩덜룩 엉성하게 건물과 산과 바다로 짠 땅 위의 카펫을 내려다 본다
창턱에 걸려 새로산 사각 러그 카펫 위에서 날지 못한 몸을 되찾았을 때
하늘 양털 카펫은 밝은 햇살에 더욱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