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청와대 관람기

담우淡友DAMWOO 2024. 3. 5. 09:05

 아래 기록은 개인적인 감상임.^^*

2024.3.2.현지에서 직접 찍은 청와대 전경

 

 하얀 용마루와 내림마루 양쪽으로 나빌레라 푸른 지붕 아래 밝은 대리석 빛 모양의 서까래, 공포, 단청 그리고 기둥과 기단까지 백의의 아름다운 청와대 본관 앞에 섰을 때다. 웅혼한 북악산을 등지고 너른 금잔디 앞마당을 안고 서 있는 모습이 한 나라의 지세와 백성을 넉넉히 품어 다스릴 것 같은 자태였다.

 안으로 들어가서 주단(朱丹)이 깔린 계단을 오르면 양쪽으로 집무실, 접견실, 초상화실 등등 여러 기능의 방들이 촘촘히 둘러 이 건물이 한 나라에 어떤 쓸모가 있는지 꼼꼼하고 세심하게 그 내면을 보여 주고 있었다. 화려하면서도 아늑하고 조용하면서도 비밀한 분위기를 안고 있었는데, 구석구석 돌아보면 볼수록 이 내용들이 어떻게 백성의 마음과 고민에 닿는 경계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즉 바다 건너 저 먼 어느 왕국의 전래동화에나 나오는 궁전 같았다.

인파가 말도 못하게 붐볐다.

 

 직접 와서 보지 않았던들 이 건물과 그 내용들이 세간으로부터 얼마나 멀찍이 틀어박혀 있었는지 몰랐을 것이다. 겉모습만 전통 건물을 따라 목재가 아닌 소재로 딱딱하게 신축(1991)했을 뿐, 내부는 외국 건물의 내용을 따라 치장한 아쉬움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감탄보다 한 나라의 통치 수장에게 얼마 만큼의 완벽한 집무 및 주거시설이 필요한 것일까 웅장한 관저까지 무엄한 의문을 품게 했다. 각종 부속실과 함께 신축 경비에 쓰였을 세금과 노동이 국민의 생활과 염원 안에 어떤 집과 영예를 세워주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 건물을 대대로 사용한 역대 대통령들은 그나마 화려강산 대한으로~노랫말을 붙이겠지만,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립니다하고 다른 곳에 둥지를 튼 대통령의 가슴 속엔 어떤 봄()이 새로 오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광화문 월대를 걸어 경복궁내를 관통하며 보는 내내 북적이는 외내국인 인파 속에 흐르는 무슨 여울이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을까 짖궂은 생각이 꼬리에 꼬랑지를 물었다. 문 활짝 열린 청와대 내부를 둘러보며 나와 같은 느낌을 갖는 사람이 있을까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유구한 옛 조선의 영화가 얼룩진 경복궁 뒤에 새로 지어진 대통령궁이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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