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물들일 만큼 들였고
땅 위에 낙엽 글 적을 만큼 적었고
이제
계절 뒤안길로 돌아갈 채비로
갈게 가라 가거라
자기를 빗물 묻혀 쓰고 있는 가을
아직껏 남아 있는 낙엽을 읽응 때면
봄 여름이 어디쯤 갔을까
흐드러지던 꽃과
염천의 땡볕과
벌거벗은 무더위가 칼춤을 추던 기억
그 콘서트에 폭우도 참석했지
가을이 낙엽무늬 쉬폰 원피스 모드로 왔을 때
가로수 런 웨이 굽이마다 발목 붉게 발맘발맘
귀 옆에 꽂은 코스모스마저 살사리 살사리했는데
이제 그 빨간 입술도 안녕을 쓰고 있다
높은 산에 흰 눈으로 댓글을 달고 있다
아쉬운 건 단풍이 아니라
일상의 책갈피에 낙엽 메일 한 잎
끌밋하게 넣어 둘 걸 잊었기 때문이다
우산 쓰고 나가 볼 기억이 밖에 있는 날
바람이 비를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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