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저절로 창밖에 눈이 가네
오는 길목과 가는 갓길이 만나면
우두커니 멎는 눈(目)에 눈(雪)이 닿아
눈시울 젖어본지 오래여서
이참에 습설(濕雪)을 핑게삼네
눅눅하게 쌓이면
가슴에 무게로 안겨
주저앉을 구실을 찾네
갓길 모퉁이 돌아가는 찬바람 따라
한동안 서 있던 초록 신호등 앞
눈발이 사선을 그을 때
동그라미 치던 기억이 17년 만이네
간혹 저물었던 진눈깨비 시절
가로등 아래 서면
기억은 자꾸 불 켜진 3층 창 아래 머물고
어깨 다 젖으면
보송보송한 문자가 내리던 화면
정지 화면에 가득차는 기억이 하얗네
덮힌 건 모두 반성과 후회와 아쉬움
미끄러운 건널목 건너가
오늘도 살아낼 몫을 톡톡히 하네.
'글(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히 경계함 (0) | 2024.12.05 |
---|---|
백지白紙white pages (0) | 2024.12.03 |
가을 안녕~ 적시는 가을비 (0) | 2024.11.26 |
고백 告白confession (3) | 2024.11.24 |
강江River은 멈추지 않는다 (0) | 2024.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