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11월의 폭설

담우淡友DAMWOO 2024. 11. 28. 10:52

눈이 오면

저절로 창밖에 눈이 가네

오는 길목과 가는 갓길이 만나면

우두커니 멎는 눈(目)에 눈(雪)이 닿아

 

눈시울 젖어본지 오래여서

이참에 습설(濕雪)을 핑게삼네

눅눅하게 쌓이면 

가슴에 무게로 안겨

주저앉을 구실을 찾네

 

갓길 모퉁이 돌아가는 찬바람 따라

한동안 서 있던 초록 신호등 앞

눈발이 사선을 그을 때

동그라미 치던 기억이 17년 만이네

 

간혹 저물었던 진눈깨비 시절

가로등 아래 서면 

기억은 자꾸 불 켜진 3층 창 아래 머물고

어깨 다 젖으면 

보송보송한 문자가 내리던 화면  

 

정지 화면에 가득차는 기억이 하얗네

덮힌 건 모두 반성과 후회와 아쉬움

미끄러운 건널목 건너가

오늘도 살아낼 몫을 톡톡히 하네. 

 

 

 

 

2024.11.28.chobs@kyeonggi.com 사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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