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성글면 답언(答言)이 얇다. 묻는 말에 가시가 돋으면 답하는 말에 떨켜가 솟는다. 월척을 찾으면 치어(稚魚)가 낚이는데, 그물 칠 깐을 잊고 석쇠부터 찾는다. 고함을 넣으면 반응이 부풀어 올라 뜨지 못하는 열기구가 된다.
정객(政客)들의 왈가왈부 중구난방 설전 속에서 민초(民草)들의 고막에는 겨울 빗소리만도 못한 소음이 파동을 일으킨다. 어느 말이 달팽이관을 발맘발맘 들어와 평형기관에 이르는지 한 음소도 뚜렷하지가 않다. 한 낱말이 정색을 하면, 한 소절이 핏대를 세우고, 한 문장이 절절하면 한 단락이 의문 투성이다. 한 소절의 시(詩)만도 못한 소신과 신뢰가 한 페이지의 소설을 넘어간다.
질문과 답언은 논어(論語)이지 춘향전이 아니다. 이왕 소설이면 홍길동전쯤이래야지 삼국지연의(三國志通俗演義) 아류나 될 깜냥일까. 신의를 지키려 교언(巧言)을 뱉으면 민의(民意)가 설움을 삼키고, 정의를 지키려 실언(失言)을 하면, 역사가 수정(修正)을 한다. 옳은 내용은 언제나 그른 주장 앞에 있고, 그른 아집(我執)은 항상 정언(正言) 뒤에 도사린다.
탄행 정국 속에서 과연 어느 위정자가 정설을 풀어내고 있을까.
국민이 안겨준 권력(權力 authority)을 자기가 이룩한 권력인 양 오용(誤用)하면, 올바른 질문에 좋은 답언을 낼 수 없다. 권력이 나오는 샘의 원천을 보지 못하면, 맑은 약수를 마시지 못한다. 질문에는 정언(政言)이 맑아야 하고, 답언(答言)에는 진정(眞情)이 깊어야 한다. 그럴 때만 증언(證言evidence )은 새 날의 아침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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