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대통령이 나라의 대표 리더로 활동하고 있을 때까지도 나는 나라 걱정을 해 본적이 없다. 세번 째 대통령이 한강 다리에서 총으로 교전을 하며 서울 장악을 시도 할 때도 걱정을 할 줄 모르는 민초 한 포기였다. 다섯 번째 대통령이 5.18 광주에서 몹쓸 짓을 할 때도 걱정 보다 비분강개만 앞서는 정치 문외한의 무지렁이 백성이었다.
그런데 열세 번째 대통령이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발포(?)한 비상계엄과 중지 이후 나도 모르게 근심과 걱정에 휩싸였다. 애국심이 남달라서가 아니다. 나라 정치에 관심이 커서가 아니다. 식견이 깊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계엄 이후 탄행정국에서 공영 방송 및 뉴스와 유튜브를 통해 나름대로 객관적 사실과 진실을 듣고 보았다. 하지만 사실과 진실의 대척점에 거짓과 억지가 만연해져 가는 상황 판국에 이제껏 가져보지 못한 근심과 걱정이 밀려오는 것이다.
대표 리더의 솔직하지 못한 미소와 사실과 다른 목소리가 이상하리만치 폐부를 찔렀다. 그 휘하에서 국정을 운영하던 이들조차 리더의 말과 행동의 내용이 같아 놀랄 정도로 아연실색했다. 그들이 옳지 않다는 외골수 판단에 빠진 '뭘 모르는 민초'가 아닐까 자문하면서도, 방송과 SNS를 통해서 밝혀지는 사실과 거짓의 와중에서 어느 진실에 귀와 눈을 접속해야할지 관심 보다 걱정이 더 앞서는 것이다.
나의 나라 걱정이 혼란한 정국에 한 알의 밀알도 아니 될진대 근심을 더한들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내가 안녕과 평화를 누리며 사는 나라이고 보면, 아무리 쓸모가 없더라도 당연한 걱정거리가 아닐까 한다. 갈라진 편에 서서 신념을 외치고 저주를 퍼붓는 짓 보다 점점 다가오는 봄의 길목에서 가끔 흐리는 미세먼지 주의 하듯, 나라 안의 소요가 마음에 걸려 근심에 걱정을 오락가락하는 한가닥의 민심이니까 말이다.
애국의 정열과 신념을 가진 민초들이 이편 저편 대립해서 극렬하게 다투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편을 따르든 조용히 숙고하며 법의 판단을 지켜보면 아니 될까? 싸움은 위정자들끼리 결판나게 맡겨두고(이미 그래왔듯이) 민초는 민심을 다독이며 길가에서 꽃으로나 피어 있으면 아니될까. 검은 사주를 받고 거리에 나서서 고성을 지르는 악담을 퍼붓는 민초들이 더 걱정이다. 거짓과 억지로 일관하는 편에 서서 정열을 사르는 민심이 정말 걱정이다. 위정자들의 행태는 조금도 걱정 안에 들지 않는다. 그 건 그들의 정치적 생태이고, 민초는 생활의 현재가 생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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