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으려고 했을 것이다
와 봐야 서둘러 왔을 때 보다 못했을 것이다
안 올 수만 있었다면 계절의 전제군주에게
가봐야 갈 때 보다 더 못할 걸요
대들다가 동장군한테 밀렸을 것이다
대드는 꼬라지가 하도 귀여워
웃음 잃었던 철권이 눈물 찔끔
콧물 후륵 훔쳤을 것이다
그래도 가라 했을 것이다
태양계 섭리 따라 가야만 한다고
가지 않으면 득세한 겨울이 얼음장군 한풍 수하
인해전술 연대장 눈보라 대동하라
메아리 산골짝에서
반달가슴 곰 자매 으르렁댔을 것이다
도토리 묻어 둔 곳 다람쥐가 잊었을 것이다
실눈 뜨고 기다리던 꽃들이 뭐야 뭐야
새 움 트던 나무들이 어어 헐 어어 헐
잡초들마저 제대로 눕지 못했을 것이다
오기는 했다
마지못해 와서 할 일 거지반 했다
다만 그만 이만 저만 동장군 수하들이
사철의 일정표에도 없는
열불 산불 도깨비불 싸질러댔다
앞머리 그을린 봄이 거뭇하다
안 왔을 때의 불안 보다
겨우 온 후회가 참혹하다
굳이 온 심경을 일기로 적었지만
타버린 낙엽처럼 시간의 무심 속에 던져 버렸다
다음 해 올지는 아예 생각 없을 것이다
군주에게 대들다가 영구삭제 당해도
글쎄요 그게 그 뭐 이다지도 그다지도...
약속을 미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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