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2023/08 4

가을 전주곡

더위 속에서 가을이 수근거릴 때부터 '그립다'를 시작한 저 귀뚜리의 노래 처서의 밤이 서늘하도록 멈추지 않는다 짝꿍 하나 겨드랑 아래를 지나 새로 기다리는 것일까 한 번도 만나지 못해 헤매는 다리를 긁고 있는 것일까 맨발로 추분을 건너 입동에 목이 시려도 멈출 수 없었던 내 그리움의 문장이 섣달 그믐밤에 멎었을 때처럼 재도 얼마 후 피부 아릿한 음보의 노래를 마칠 건데 저렇게 긴긴 후렴 끝낼 줄 모르네 춘향전 완판본 저리 가라네 오선과 음표로 갈라 놓지 않았던들 목과 다리를 떼어 놓지 않았던들 사내와 여자를 갈라놓지 않았더라면 연주 되지 않았을 곡 저 노래 끝나면 나는 어느 해금 소리를 기다릴거나 가을 깊은 아쟁 소리 들을 거나 콘크리트 숲에서 울려 퍼지는 가을 야상곡들.

글(文) 2023.08.23

가을 현악 2중주

삼경에 문득 서늘한 꿈길에서 나와 길섶에 앉아 듣는다 어제 저녁 시작한 음악회 자정이 은하를 건너고 새벽이 건너 편 언덕에서 샛별을 기다리는데 한 번도 쉬지 않은 달세뇨만 있고 코다는 없는 오래 되고 편곡 변주곡 한 번 없는 고정 레퍼터리 클래식 명곡 귀뚜라미와 방울벌래의 가을 정기 공연. ------------------------------- 열대야 스무대야 퍼붓던 무더위가 잦아들고 있다. 온난화 극한 기후, 폭우와 폭염이 삶의 루틴을 변경시켰지만, 계절은 묵묵히 제길 가고 있는 것일까. 곤충들의 정기 공연도 취소 되거나 중단하지 않는다. 해와 달도 지편선 아래서 가을 아침 출근을 준비하고 있다. 나도 노트북 화면을 열고 있다. 귀뚜라미와 방울벌레의 공연 상황을 적고 있다.

글(文) 2023.08.19

슈퍼 문

강변 둑길 섶 따라 활짝 까르르 아르테미스 눈빛에 얼굴 열어젖뜨린 달맞이꽃 애교살 아래 아늠살 흘러 목덜미 쇄골까지 눈부시게 빛나는 예스 예스 좀더 가까이 밤새도록 노오란 체온 달였어요 열린 게 가슴 뿐이었을까요 달 밤새 걸어와 지나치지 못하고 서성이네요 아미가 된 저들의 꽃앙큼 미소 행짜 화르르 슈퍼 문이라더니 달 안색이 하애졌어요 쏙 밤새 살이 반 뼘이나 빠졌어요.

글(文) 2023.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