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빈이의 먼 조사(祖師)께서 뒤란에 심어 지붕 키 넘어 자란 살구나무 한 그루에 수빈이 얼굴 살구색 닮은 살구가 총총총총익어 아빠가 따면 한 상자 막내삼촌한테 가는데 그러면수빈이의 하늘색 원피스 닮은 슬라임 한 통 답신으로 오는데아빠와 마주잡고 넓게 펴면 살구알 같은 웃음이 떼구르르 떼구르르 엄마가 따면 하나뿐인 이모한테 가는데 그러면수빈이 분홍색 책가방 닮은 '살구나무 골짜기' 동화책이 답신으로 오는데엄마가 표지를 읽으면 나머지는 수빈이가 읽을 때 한 페이지 넘어가면 냇물이 흐르고다음 장으로 건너가면 논두렁길 따라 논의 벼가 푸르고또 한 장 마당길 접어들면 엄마의 고향 집 대문이 주황색 그 집 뒤란에도 엄마의 먼 할아버지가 심은 살구나무 두 그루가 사랑채 지붕 너머로 훤칠하니 자라서해마다 엄마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