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331

새해를 따지다

서력기원(西暦紀元 Anno Domini) 2024년. 예수 (Jesus of Nazareth) 탄생을 기점으로 시작한 연대. 탄생 후 2천2십4년이 되었다? 로마의 한 교황과 수도사의 셈법으로 시작되었다는데.....로마의 건국기원이 BC753년이라고 하면, 그게 어찌하여 서력기원이 아니 되고, 예수의 탄생을 기원으로 삼았다. 그 기원 보다 2천여 년 앞서 기원한 단군기원(檀君紀元BC2333)으로 치면, 2024년은 단군기원(檀君紀元) 로 4357년이 되는데~♪. 내일 서력기원 1월1일은 해가 바뀌어도 단군기원은 아직 4356년이다. 월력(月歷)으로 보면 양력( 太陽歷 Gregorian Calendar) 2월10일에야 정월(正月)로 단기4357년이 된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개천절이 되어야 맞을까?) 태..

글(文) 2023.12.31

세밑歲暮the year-end

세밑 해 넘어야 할 담 아래서 내일을 쬐고 있다 ---------------------------------------------------------------- 세밑 앞에 내일이 서 있 다 발이 시리다 지난 해를 덧 신을까 손을 찾는다 어제가 오늘 안에 있다 측두엽이 근지럽다 그 날은 글피였다 자른 발톱과 기른 손톱 후벼 파다와 메우기 잠시는 영원 앞에 있다 내일 뒤에 있는 세밑 그글피는 차갑다 이기적인 유전자 손이 시럽다 아리랑 아라리요.

글(文) 2023.12.30

크리스마스 나무

기분 밖으로 결핍이 나오네 눈 안 내린 눈길 서성이다 눈매 총총한 침엽의 숲으로 들어가네 예리한 촉감 풍만한 침엽이 결핍의 민감한 살갗에 법석을 점묘하네 타투한 꼬마 전구가 기분의 근육을 뽐내고 반짝이 테잎이 결핍의 허리에 긴 팔 두르면 황홀한 반항이 방울방울 매달리네 못 채운 다짐들이 포장되는 밤 결핍 안으로 들어간 침엽이 아쉬운 틈을 깁네 뾰족한 기분을 목구멍에 찔러 눈 감은 소원을 깨우고 한 벌 지은 올해의 최종 온기를 부족에 입히면 기분 밖에 눈이 내리네 비우기만 했던 모든 참을성의 긴 눈길 위에 잊어 버리돠 포기는 하지마 훈훈한 차오름이 따끔거리네.

글(文) 2023.12.19

아침에 에스프레소 샷(espresso shot)

짙은 반다이크 브라운(vandyke brown)색 에스프레소 한 잔의 커피가 책상 위에 놓인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앵거스 플래쳐 著)의 두터운 향기와 노트북의 화면 사이에 이탈리아의 지중해 연안이 출렁인다. 급하게 압축해서 내린 커피가 급하지 않게 문학이 필요한 아침을 적신다. 커피는 한 권의 책과 문학의 향수, 그리고 책갈피 사이에서 그 느낌을 추출해 낸다. 목젖을 어루만지며 가슴 저 안으로 내려가 다시 뇌 속으로 치솟아오르는 '맑고 상쾌한' 감각을 깨운다. 자판을 누르는 손가락 끝에 깔끔한 애정을 전송하고, 화면에 찍히는 문장 속으로 햇빛 낱말을 비춘다. 길어져 가는 글 이랑 위에 부리나케 지인으로부터 다가왔던 한 통의 하얀 텀블러와 그 안에 담긴 에스프레소 이야기를 파종한다. 겨울비 아..

글(文) 2023.12.13

내가 實在하는 순간들

해가 비칠 때 나는 위치를 갖네 건물 앞에 있을 때 뒤가 생기고 길을 걸어가면 방향이 잡히네 신호등을 볼 때 정지한 나와 건널목을 건너가야 건너 편이 앞에 있네 당신에 곁에 있어야 남편이 되고 애들이 불러주어야 아빠가 되네 끝없이 비추어지지 않으면 앞에 아무 것도 없으면 길을 가지 않으면 언제 아무 것도 아닐지 모르네 신호등을 보지 않으면 건널목을 건너가지 않으면 왜 사람인지 모를지 알 수 없네 당신이 내 곁에 없으면 애들이 불러주지 않으면 나는 흩어질 분자 뭉치에 지나지 않네 기록만 가진 유전자일 뿐이네 .

글(文) 2023.12.01

소금빵

마음이 짭짤했어요 맛의 근원이었죠 소금이 들어간 빵에는 맛의 근본이 있어 뒤에 따라오는 식도락의 여운이 순해요 달콤하게 유혹하지 않고 빵의 위치를 뽐내지 않으며 조용히 맛의 본질을 표면화 하죠 어떤 사람이 시식을 하든 입맛을 차별하지 않고 단맛에 절은 혀를 다독여 줘요 빵 때문에 단풍 붉은 나무의 선득한 바람이 우수수하거나 첫눈 내리는 창밖이 마음 뿌옇게 흔들릴 때 기다리던 메시지가 오지 않는 오후라면 소금빵에 입술을 내밀어 보죠 너무 사랑한 나머지 미운 눈사람이 깜짝 귀밑까지 당도할지도 겨드랑이 깊숙이 젖을 수도 사랑빵의 근원이었죠. ~^^*

글(文) 2023.11.23

매듭

조 긍 나는 다 보이는 불편 안에 묶여 다 보이는 적응 안에 묶여 있는 역경을 보네 역경은 다 보이는 적응 안에 묶여 다 보이는 불편 안에 묶여 있는 나를 보네 우리는 서로 다 보이는 난관에 묶여 서로 바라 보네 나는 불편을 풀고 편안을 내 보내 역경 안으로 들여보내면 들어온 내 동공을 역경이 제 눈 속에 동여매네 적응이 역경을 풀고 눈빛을 내 보내 불편 안으로 들여 보내면 들어온 편안의 눈동자를 눈곱과 함께 내 눈속에 동여매네 내 눈에 눈곱이 끼고 함께 들어온 편안의 온몸이 근지럽네 긁을 수 없어 껌뻑이는데 내 눈빛을 눈 속에 묶어 넣은 편안은 알러지가 생기네 견딜 수 없는지 역경에 매달려 버둥거리네 역경을 풀고 나온 적응의 목청이 내 귀에 꼭꼭하면 불편을 풀고 나가 적응 안으로 들어가는 내 목소리가 ..

글(文) 2023.11.10

붕어빵

입동(立冬)의 입김이 차다. 볼에 입맞춤을 하는데 놀라서 얼른 떨어진다. 어루만지는 귓불조차 시려서 옷깃을 올린다. 거리의 길바닥에 구르는 낙엽마저 옹송그린다. 그림 그리는 화실 안을 비치는 아침 햇살이 아직 찬데 김이 무럭무럭 나는 붕어빵 한 봉지를 들고 들어온 이가 반갑다. 여러 명이 두 개씩 받아서 입동 입맞춤에 얼었던 입이 구수하게 녹여 준다. 즐거운 웃음이 번진다. 한 개를 붕어의 머리부터 입술 안으로 밀어 넣는다. 붕어는 거부하지 않는다. 파닥이지도 않으면서 따뜻하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고 했다. 빵이 된 붕어가 붕어일리는 없다. 하지만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듯 붕어빵은 이름을 남긴다. 꼬리까지 모두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가기 전과 들어간 후에도 그 이름은 사라지지 않는다. 맛있는 이름이다...

글(文) 2023.11.08

종명終命

죽음이란 내가 기억하는 나를 잊는 것 침묵 긴 개울이 몸 가운데로 흐르고 내가 어느 물가에서 머뭇거리든 어느 여울에서 맨발을 담갔든 내가 나를 기억하는 사철 저녁마다 잊을 수 없었던 개밥바라기를 바라보지도 노을에다 붉어진 눈을 붙여넣지도 그 때의 가슴 타는 순간에서 빛나던 내가 나를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는 것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내가 잊는 것 나를 기억하려고 애썼던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으며 언젠가 그들을 생각하지 않았던 날들을 낱낱이 기억의 뒤편으로 밀어내며 내가 그들을 잊지 않았던 나의 됨됨이를 잊지 않으려고 애쓰던 아침과 한낮의 눈부신 기억에 대해 아, 그 게 나의 봄이었을지라도 가식 훌훌 벗어던졌던 여름날의 자맥질이었다는 것 얼음 아래 흐르는 도랑물조차 차가워지지 않는 언제 꽃이 피든 다시는 잊..

글(文) 2023.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