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471

자연법칙自然法則

새벽 인시(寅時:4시경). 뻐꾸기가 울고 있다. 4/2박자 노래가 아니다. 뻐뻑꾹 4/3박자 왈츠는 더더욱 아니다. 앞산 숲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아득히 먼 꿈길 같은데...6월 하순 이맘 때면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 몰래 낳았던 뻐꾸기 알이 부화 되어 한껏 자라고 이미 둥지 밖으로 나왔을 것이다. 가끔 오목눈이 둥지 근처로 와서 지켜 보며 알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곤 했다면, 유전자(遺傳子)의 로드맵을 따라 당연한 상봉을 했을 텐데.....기쁨의 노래일까? 내 마음의 새벽에 노래가 들어 있지 않기 까닭일 수도 있다. 사람의 삶이란 가끔 노래가 켜지지 않는 낡은 컴퓨터 같을 때가 있다. 조용한 새벽에 음악 한 줄 없이 꿈길 같을 때 아련히 들려오는 뻐꾸기의 4/2박자 가락이 애닯게 귓전을 맴도는 것이다...

글(文) 2025.06.24

장마 霖雨 long spell of heavy rain

임우녀(霖雨女). 그녀가 돌아왔다. 삼단 머리채 빗발 죽죽 늘어뜨리고 맨발 찰랑이며 물기 흠씬한 드레스 차림으로 왔다. 목 언저리의 레이스 무늬는 그대로지만 수분 함량이 백퍼를 넘었다. 조금만 닿아도 내 발부리가 젖는다. 막무가내로 기대어 오는 내 어깨가 금세 축축하다. 정신 나갈 정도로 그녀를 사랑한 적이 있다. 고향집 안마당에 그녀가 내리면, 개구멍을 빠져나가 밖깥마당 가장자리 배수로에서 물미끄럼을 탈 때, 막내삼촌이 만들어 준 수수깡 물레방아를 요염하게 돌렸다. 물레방아를 돌리는 매끄럽고 서늘한 그녀의 섬섬옥수를 들여다 보고 있다가 슬며시 잡으면, 신경섬유를 타고 측두엽까지 오르는 촉감이 정수리에서 아찔하게 소용돌이쳤다. 어깨가 젖고 바지 무릎이 온통 그녀의 침샘으로 빨래가 되는 것도 모르고, 맨..

글(文) 2025.06.21

소쩍소쩍

밤이 깊어 목까지 잠긴다짝의 마음 바닥에 발가락 닿지 않아솟을 적 내릴 적젖은 목소리가 수면위로 물안개 퍼진다하현달이 안쓰럽게 밤하늘 건너고창가에 귓바퀴 닿은 나는짝의 목덜미에 손길이 닿고귓전에 귀를 대면 들리는 노래그렇게 접동이로 살아가고팠던 시절신록이 푸르다 못해 슾으로 깊었다머리끝까지 잠겨서 접으면 동그랗게 솟을 쩍 내릴 쩍잠을 벗고 맨몸으로 풍덩했다돌아눕지 않는 짝의 등에 입술 닿고 싶어소리가 적다 소시쩍 노래가 있다변하지 않는 목소리가 밤 속에 잠긴다 새벽이 오면 목이 잠길 것이다..

글(文) 2025.06.19

개굴개굴

저물녘 강변 둑방길 옆 긴 논두렁이 악보다가로등이 비추고 있었고테너의 맹꽁이와 알토 음역의 참개구리가 같이 읽는다소프라노 맡은 국도변의 차들이 읊고 가는 팔분음표참새들이 꾸밈음을넣을 때 노을이 여운을 물들인다 베토벤 현재 버전의 전원교향곡 도입부내 귀는 자꾸 물가 쪽으로 기울고물결의 크레센도 청음이 징검다리 돌아간다오선을 긋는 수면 위에 백로가 사분음표를 달면자맥질 하는 버들치의 스타카토 저음이 갈대 끝에 걸리고내가 맡은 심금 악절에 아그그땅거미 기어오르는 목덜미에 바람이 간지럽다 4악장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는 합창에개밥바라기의 냉콩국수 저녁참이 당기듯잊었던 그리움이 한 악절 더 길어진다함께 두 음역을 맡았던 메조소프라노 강가의 세레나데간주곡에 넣어 까치노을 붉었던 그 날의 듀엣 맹꽁이와 참개구리의 ..

글(文) 2025.06.18

로보 사피엔스 ROBO SAPIENS

이건 문학적(文學的)인 상상이다. 인류는 원시의 지구 환경으로부터 지혜로 삶에 대한 사고와 도구를 발굴하여 생활을 개척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지식의 축적과 아울러 문화를 형성하고 사고의 깊이를 더해갔다. 이는 지식의 발전으로 이어졌고,산업과 기계의 혁명을 거쳐 고도의 문명을 창출하게 되었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진화 현재론이다. 현생인류는 고도의 과학적 문명과 정신적으로 심오한 문화 속에서 이루어온 첨단의 생활방식으로 태양계의 지구라는 행성을 온전히 정복했다. 뭇 생명체 사슬의 우듬지에서 번영과 사치를 누리고 있다. 그 사치 속에서 디지털 문명 기술에 의한 AI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 생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학의 실상(實像)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할..

글(文) 2025.06.17

샛별 ✨太白星 The morning star

마을 앞 아파트 단지 옥탑 위로 보이는 샛별이 밝다. 해가 등을 밀기 전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샛별은 언제나 그 곳을 오르고 있었다. 샛별처럼 언제나 내 나라의 하늘을 어김없이 도는(걸어가는) 새 리더(new leader)가 민초의 손으로 선발 되었다. 어제 밤에 확인 되었고, 아침에 단단한 나무 걸상(倚子)에 앉는다. 스물한 번 째 나무로 된 권좌(權座)에 앉는 그는 5천여 국민 절반 이상의 사랑과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한 나라의 수반(首班)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잘 이끌어 나갈까 의구심을 갖는 국민도 있다. 아예 선택 자체를 부정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그가 권좌에 오르기까지 성장에서부터 입신에 이르는 역경과 고난을 딛고 우뚝 섰듯이 신념과 근성으로 나라 안팍의 과제 위에서 슬기롭게 책무를 수행할 ..

글(文) 2025.06.04

역대 21번째 날

누군가에게는 설레는 날이겠지요가슴 조이며 한 국도의 건널목을 건너겠지요마음 한 가닥에 굳은 살의 오른손 뿐이지만바라는 것이 새의 날개처럼 가볍고 경쾌해서같이 가는 사람에게 하는 말투가 부드럽겠지요무작정 미소가 번지기도 하겠지요 여느 때처럼 수평선을 기저선으로 떠오르는 아침 해가 구름 뒤에서도 여전히 빛나듯이밤새 거칠었던 격랑의 파도가 잦아들고우리가 함께 저어온 한 척의 나라에는희망이 만선이던 날들이 수만 번이었지요 제복이 양심의 기둥을 세우고성실과 근면으로 지붕을 삼은 그 아래근심을 다글다글 성심으로 살아가는 풀잎의 마음나라가 내게 무엇을 바라며내가 나라에게 무엇을 하면 되는지한 그루 격려와 충심이 뿌리 깊은 진심꽃으로도 지고 피는 우리 모두가 없지 않았지요 어김 없이 봄은 왔으며기다리지 않은 여름이 ..

글(文) 2025.06.03

되지빠귀의 노래

밤의 1악장 악보에 별 음표를 달더니새벽 2악장 큰 악보에는 이슬 음표 길다달세뇨 돌고돌아 앞산 숲이 참새 까치 뻐꾸기 박새 함께한 교향곡 작품이다 짝을 기다리는 노래라면내가 달을 물고 다가갈 테니올해는 내 맘 몇 알 낳아 주련가슴 열어 품을 때쯤달색으로 동그랗게 서둘러 깨어나물어다 주는 너의 희망을 입 안으로 굴릴께뒤로 나오는 실망을 네가 먹어 치울 때마다내 맘이 흰 색이라는 걸 우기지 않을께 아침의 노래를 3악장을 들을 때겨드랑이가 간지러웠다날개가 돋나 싶어 잇단음표 짚어가다 그만내 귀엔 달 먹은 가락이 바람의 리듬을 타나창밖으로 문득 몸의 반이 날아오른다 새의 노래는 날개 위에 있나 보다너의 4악장 악보에는 보드라운 깃털이 울창하다.

글(文) 2025.06.02

권좌의 게임Game of Thrones

이 게임의 주요 아이템 중에 비방(誹謗slander)이 가장 강력하다. 어느 장면에서든 메인 화면에서부터 승기를 잡는 국면에 이르기까지 주요 무기로 인용되기 때문이다. 권좌(權座)를 향한 게임 규칙에는 선의(善意)의 공격에 악의적(惡意的)인 방어 수단이 동존한다. 뒤집어 말하면 악의적인 공격에 선의적인 방어 수단은 병존하지 않는다. 내 컴퓨터에 이 게임을 설치하기 전에 후련한 결과를 얻고 싶다면, 교활(狡猾 sly) 아이템 장착을 권한다. 강력한 비방 아이템을 누르고 승기를 잡아가는 길목에서 자칫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병목현상에 아무리 고성능 그패픽 카드라도 수행 성능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슬라이 아이템이 비방의 용기백백을 넘어 악의적인 수단에 다다르면, 치밀한 인체공학적 디자인의 자판이 헐떡거릴..

글(文) 2025.06.01

기호0번 대선출마 후보자👧🏽

이 대통령 후보를 신문 지상에서 처음 만났을 때 '아흐흑!' 비명을 질렀다. 이번 대선 출마 후보자가 1번 2번 3번 4번... 그리고 뉴스에 오르내리지 않는 후보가 두엇 있었다.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0번 후보자였다. 무한 수의 0번 후보자라는 번호에 놀라고, 여자 어린이 후보자라는 데에 놀랐다. 아니 반가워 지르는 소리였다. 1,2,3번 후보들이 몸과 머리가 크기만 했지 서로 입씨름만하고 있을 때, 이 깜찍한 후보님은 저출산 대책을 1호 공약으로 홀쭉해져가는 나라를 든든하게 가꿀 꿈을 피력하고 있었다. 진짜 나라를 위하는 첫 번째 할일이 무엇인지 피부에 와닿는 신념을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자녀소득공제 200% 확대~짝짝짝! 육아친화기업에는 법인세 감면, 비바! 아이 키우는 신혼부부에겐 반값 임..

글(文) 2025.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