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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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자

그녀는 기타 속에 들어 있는 낙엽을 줍는다 낙엽 속에 들어 있는 악보를 읽는다 소리로 전달하기에는 기타 줄이 제격이다 기타 줄에 낙엽의 악보를 주입한다 기타는 수동이지만 발성은 자동이다 그녀는 기타가 자기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기타를 치니까 기타가 노래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악보를 전송하고 기타는 수신한다 가을은 둘 사이에서 아무도 모르게 왔다갔다 한다.

2019.11.29

10월의 장미

하얀 철제 울타리에 지난 여름 한창 피었던 장미 지고 거뭇한 수과가 여물고 있다. 한 가지 끝에 아직 이승의 끈을 놓지 못한 시들은 장미 송이 하나...... 고개 숙이고 꽃잎 처져 있다.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는데.... 내년 유월에 다시 필 준비를 아직 못 마친 것일까. 화실 안에 사철 시들지 않는 장미 분홍 조화 장미 오히려 싱싱해서 낯설다 아직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따스해 저 장미는 질 맘이 없어 보인다. 인조 인간도 생겨나면 내내 이승을 떠나지 않을까? 꽃 지고 나뭇잎 가고 아는 사람도 가는 가을.... 가시 남은 장미 나뭇가지에 다시 꽃이 피듯이 피안(彼岸)에 간 사람은 우리 기억의 가지에 다시 솟아나겠지. 사람도 꽃이 아닌 적이 있을까.

2018.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