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가뭄에
물이끼 마른 바닥 드러난 물길로
갯내 밴 바람은 선선하게 불어오고
물굽이 한 쪽으로 고인 웅덩이에는
줄어드는 웅덩이가 불안한 것일까
수면 위로 연신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의 하얀 배가
미세 먼지 부연 서쪽 산 뒤로 다가가는 저녁 햇살에
빛나는 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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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낚으려는 낚시꾼들은
부들잎 휘청이는 물가에서 낚싯대를 드러운 채
먹이를 노리는 승냥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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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물결 거스르는 좁다란 물길엔
웃자란 잡초 옆으로
왜가리와 물오리가 하루의 마지막 햇살을 쪼고
금계국 꽃은 지고 개망초 피어있는 제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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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가뭄에 링거를 맞고 있는 벚나무 가로수
모내기 끝난 논에는 푸른 희망을 길어올리는 양수기 소리에 모들이 자란다.
어제에 이은 또 하루가 저물지만
비슷할지언정 똑같지 않다
모가 조금 자랐고
어제보다 바람이 제법 불었으며
물오리가 어제와 다른 방향으로 멋진 대형을 이루고 지나간다
조금 낀 구름 뒤로 저녁 햇살이 어제 보다 조금 흐렸지만 여전히 빛났으며
어제는 나오지 못한 강변에 태블릿 피시를 들고 나와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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