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메뚜기와 의 조우

담우淡友DAMWOO 2019. 10. 18. 10:19

강변 산책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메뚜기 한 마리.

잽싸게 도망갈 텐데 미동도 않는다

살짝 건드리자 폴짝 내 신 발 위로 올라 앉는다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었을까?

2019년 한 생을 마감하는 시간 앞에서

생짜 모르는 만남 앞에서

다가와 앉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곧 추위가 닥치면 어떤 모습으로든

이 강변을 떠날텐데

무슨 말을 남기고 싶었을까?

메뚜기의 언어를 듣지도 알지도 못하는 내게

메뚜기는 발을 흔들어 떨려 보낼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잠시만이라도 햇살 있는 당신의 신발 위에 앉아 있고 싶었어요.' 라는

음성이 들려오듯 발꿈치가 저려왔다.

그가 내려간 인공구조 산책 길 옆을 돌아본다.

그가 남기고 간 이야기처럼

철 늦은 애기똥풀꽃이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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