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추석의 치마폭

담우淡友DAMWOO 2020. 9. 30. 19:39

  달이 동쪽에서 둥글어 갔다
  저녁은 서쪽까지 열네 폭 펼쳐져 있었다

  오토바이가 주문을 싣고 배달 쪽으로 달려갔고
  쓸 말을 거르는 마스크가 어느 입에서나 당당했다
  말은 웅얼거렸지만 상당히 정제 되어갔다
  
  달과 저녁과 마스크 말의 배달

  인터넷 뱅킹으로 효도를 일삼던 아들이 직접 오고
  문자 끝에 발발거리는 이모티콘 매달던 딸이 오고
  액정 화면 두바이에서 손 흔들던 사내가 건넌방에서 
  치마 끝을 당기지도 않고 자가 격리에 들었다

  오늘의 과거와 현재가 내일로 흘러가고 있었다

  달이 열다섯 폭 새벽 위에서 서쪽까지 둥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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