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낙엽의 문법

담우淡友DAMWOO 2020. 11. 14. 07:56

 마디에 된소리를 넣지 않았다

말이 길지 않았으므로 중간에 굳어지는 발음을  때는

갓길 따라 부는 바람을 사이 시옷으로 넣었다

속삭이는 때였다

 밝은 해가 중천에서 머물렀고

새들이 부리로 쉼표를 읽었다

 

가청 음역에 든다는  눈부신 관심이었다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들려오는 바스락  마디에

사춘기 맏이의 좁아진 눈초리와

새로 들어가는 현관이 좋아 우수수 떨어지는 동생들의 목소리

전세 문법에 맞추느라 목이  엄마 아빠의 설치음이 들어 있다

 

대출 상담에 앞니 쪽으로 모이는 모음과

서술의 어미 보다 꾸밈음 쪽에 강세를 두는 어중 경음화 현상이

돌아오는  모퉁이에서 목판체 주석으로 속삭였다

순환일 뿐이라고

주장하지 않고 바닥에 눕는 목소리에 입천장 닿소리가끄러웠다

 

바꾸지 않았다

취소해서 번지르르하지 않았다

순음으로 인도를 건너 차선을 넘을 때까지 종결어미를 미루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가을 낙엽처럼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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