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추억의 HDD

담우淡友DAMWOO 2020. 12. 5. 08:49

초등학교 때 미술학원에 다녔던 ‘ㅇ아라’.

미국으로 이민 간지 20여년 만에 숙녀가 되어 찾아왔다.

 

‘담우미술학원이죠?’ 전화가 왔을 때

‘저 기억하세요?’ 물었을 때

기억 못할리가 없었다. 학원 다닐 때 쓰던 아라의 4절 스케치북이 남아 있었고,

가끔 눈에 띌 때마다 아라를 떠올렸다. 항상 단정하고 집중력이 곧았던 모습.

강산도 바뀐다는 이십여 년의 지났는데도 변함없이 상황을 정확하고 조용하게

스케치하는 모습이었다.

반가운 마음이 비등점을 넘어서 말로 표현하기에는 수은주가 모자랄 정도였다.

옛 그림들을 펼쳐 보며 시간을 되돌려 보았고, 미국에서의 생활과 학업, 직업,

예정된 결혼을 이바구했다. 아직도 붓을 놓지 않고 그림을그리고 있는 작품들을

휴대폰 화면으로 보며 굳굳(good)했다.

 

한국의 추억 속에 학창시절과 미술학원 기억이 환영처럼 남아 있었다고 했다.

꼭 오고 싶어서 부모님과 함께 귀국...그 때 그 미술학원이 남아 있을까? 반문하며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30여 년 미술학원 약력을 굳이 지켜나가고 있기를 잘했다. 스케치북 몇 권의 추억을

안고 찾아오는 이들이 간혹 첫눈 내리듯 한다. 미술학원 다니던 당시의 어린이가

다 자라서 결혼을 하고 낳은 아이를 보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뭉턱 잘려나간

세월이 감동을 싣고 되돌아온다. 그들의 미술학원 추억을 지키고 있구나.

추억을 저장하고 있는 또 하나의 하드디스크구나..생각이 든다.

 

한국에 오면 또 들리겠다는 말을 남기며 떠난 아라의 잔잔한 여운 속에서 초겨울 추위도

잊은 채, 학원 앞 공원의 잎사귀 몇 남아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2020.12.4.오후4시.

미술학원 추억을 싣고 온 'ㅇ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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