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마디에 된소리를 넣지 않았다
말이 길지 않았으므로 중간에 굳어지는 발음을 낼 때는
갓길 따라 부는 바람을 사이 시옷으로 넣었다
속삭이는 때였다
귀 밝은 해가 중천에서 머물렀고
새들이 부리로 쉼표를 읽었다
가청 음역에 든다는 건 눈부신 관심이었다
더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할 때 들려오는 바스락 한 마디에
사춘기 맏이의 좁아진 눈초리와
새로 들어가는 현관이 좋아 우수수 떨어지는 동생들의 목소리
전세 문법에 맞추느라 목이 쉰 엄마 아빠의 설치음이 들어 있다
대출 상담에 앞니 쪽으로 모이는 모음과
서술의 어미 보다 꾸밈음 쪽에 강세를 두는 어중 경음화 현상이
돌아오는 길 모퉁이에서 목판체 주석으로 속삭였다
순환일 뿐이라고
주장하지 않고 바닥에 눕는 목소리에 입천장 닿소리가 껄끄러웠다
바꾸지 않았다
취소해서 번지르르하지 않았다
순음으로 인도를 건너 차선을 넘을 때까지 종결어미를 미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