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안방에서 거실을 지나 건넌방까지 걸쳐져 있다
밖에 나갈 때 어느 부분을 집어 써도 잘 써진다
끈 한 쪽이 벗겨지거나 모서리가 코에 걸리더라도 저절로 꼭 맞는다
파일처럼 음성이 내장 되어 있다
콧구멍이 나오지 않게 써라
턱 밑으로 내리면 좀 가만히 있어 봐, 잔소리를 한다
대개 안쪽 표면에 침이 묻어도 잠잠한데
많이 묻어서 젖을 정도면 아예 정수기 물 소리가 난다
그러면 얼굴 전체 뿐만 아니라 목 아래 가슴에서 무릎까지 쓴다
피피 섬유와 극세사 보푸라기 감촉이 닿는다
음성의 진폭이 얼굴에서 발끝으로 넓어지면서
오늘 외출은 이 시점으로 마스크를 벗는다
다 젖은 마스크를 비누로 빨아서 빨래 건조대에 넌다
드라이크리닝 세재로 빨거나 샴푸로 헹굴 때도 있다
치렁치렁한 물 소리가 몇 번이고 휘감길 때마다
개밥바라기 저녁이 있는 하루가 안전해 진다
연일 코로나 확진자가 느는데
가끔 입에 꼭 맞아서 사랑이라는 음파에 발버둥치는 우리 집 마스크
확산이 멈추더라도 쓰기를 그만두지 못할 것이다.
초4년 여자아이가 그린 미래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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