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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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文)

우리 집 나의 마스크들

담우淡友DAMWOO 2020. 12. 8. 11:44

사용 장소에 따라 나의 마스크는 걸리는 곳이 다르다.

미술학원 강의 때 썼던 마스크는 안방 옷장 손잡이에 건다. 1층 미술학원 강의 마치고 3층 집으로 올라오면 걸어 두었다가 이튿날 내려갈 때 다시 쓴다. 한 번 썼던 마스크를 버린다거나 세균 오염 어쩌구 그런 건 내 메모장에 없다. 매일 한 번 쓰고 버리고 새 것을 쓸 정도로 마스크를 컨베이어 벨트처럼 실어 올 수도 없고, 왕창 사서 쌓아 놓고 매일 쉬 갈아 쓸 소비적 지향성(깡다구)이 없다. 적어도 새 것 한 번 쓰면 서너 차례 익숙한 내 입냄새 나는 마스크를 이어서 쓴다. 

 

그렇게 썼던 실내용 마스크는 다음 단계의 용도로 넘어간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헬스클럽에 갈 때 쓰는데, 미술학원을 실내로 치고, 헬스클럽의 구역을 실외로 치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며 숨을 몰아쉬다 보면, 입냄새가 짙어진다. 그렇게 사용한 마스크 몇 개를 거실의 주방 쪽 벽에 꽂혀 있는 와이파이 공유기 중계기 안테나에 걸어 놓고, 한 번씩 바꿔가며 서너 차례 이어서 쓴다. 

 

어느 날 헬스클럽으로 출발하면서 막 쓰는 순간 배인 입냄새가 심할 때에서야 드라이클리닝용 세재로 같이 사는 여사친이 빤다. 걸려 있던 마스크들이 거실 바닥이나 구석에 놓인 작은 탁상 위로 내려 오면, 빨아야 할 마스크라는 의미를 지닌다. 금방 빨리지 않고, 한 주일 두 주일 넘길 때가 다반사다. 

빨아서 빨래 건조대에 걸어 말린 마스크는 새 것 상태로 여긴다. 미술학원 실내에서 사용한 뒤 헬스클럽으로 다시 이어진다. 어쩌다 병원에 갈 때면, 빨기 직전의 마스크를 쓴다. 갔다 오면 바로 빨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중요한 가족 모임이나 외출할 때에는 모처럼 새 것을 쓰는데, 이 때 썼던 마스크는 미술학원 실내용에서 헬스클럽에까지 로테이션 쓰임새가 이어진다. 두 번 빨아 쓴 다음에는 새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쓰레기통에 버린다. 금방 버려지지 못하고, 외면 당한 채 며칠이고 팽개쳐져 있다가 구사일생으로 빨리거나 쥐도새도 모르게 쓰레기통으로 사라진다.

 

낮길 밤길 산책 나갈 때는 여사친이 자투리 천을 가지고 필터를 넣어 재봉틀로 만든 울긋불긋 마스크를 쓰는데, 몇 번이고 빨아서 쓰면서 쓰레기통에 버리지 못한다. 마스크 견인줄이 늘어나서 여사친이 조여 주고 다시 쓴다. 이 마스크는 역시 옷장 손잡이에 단골로 걸린다. 

코로나는 전국 연일 확진 증가 중이다. 20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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