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려 살고 싶지 않았지만
지구에 살고 싶은 맘은 누구에게나 기본
네가 처음 일상의 갈피에 끼어들었을 때
찐 댓잎에서 나온 쯩즈를 처음 본 기분
찰밥의 쫀득한 점력이 낯선 냄새를 당겼지만
갇혀지내는 동안 주로 면발이 젓가락을 감았고
국물이 냄새와 함께 묻은 마스크를 빨아 다시 써서
달변을 막아 수다를 줄이는 힘
오, 침방울이 이렇게 촉촉한 줄을 안 새삼스러움었지
얼마나 대면 접촉이 샘물처럼 맑은 줄 몰랐던지
입을 대고 혀가 닿는 일상의 갈피마다
걸러서 깨끗한 호흡이 되는 길을 찾아 긴장한 침묵들이
나로부터 옆에로 뒤에서 저기
옆 나라에서 대양 너머 열국까지
재잘거려야 할 습관을 미안하지 않게 했다
싱거운 정색을 덧칠하지 않게 했다
적은 겸손만으로 자부심을 키워서
내가 어떻게 우리가 되어가는지
뒷 나라에서 앞 나라로 가는지 보여 주었다
지구살이가 어느 행성살이 보다 좋은 줄을
네가 우리의 자잘한 갈피 안으로 끼어들었을 때
그렇게 느닷없이 새로운 기준일 줄은
쌍수 들어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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