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나무의 미소

담우淡友DAMWOO 2021. 3. 29. 07:50

밑동에서 가지 끝까지 

어느 부분으로도 웃을  없었던 나무는

꽃을 피웠다

한두 번으로 끝날 웃음이 아니었다

 

 눈웃음은 

잠깐 앉았다 가는 나비와 같았지만

나무는 벌이 꿀샘에 닿은 후에도 멎질 않았다

꽃잎에 저장해서 

땅바닥에 떨어진 후에도 멈추질 않았다

 

꽃으로도  오래 웃을  없었던 나무는

잎사귀를 파릇파릇 피웠다

내가 기분을 따라 노래와 춤을 추듯이

나무는 바람을 따라 단조와 장조를 조바꿈하며

춤사위를 지어냈다

 

고스란히 낙엽에다 저장해서

길바닥에 떨어진 후에도

미소의 달세뇨를 멈추지 않았다

 

이듬해 새로 지을 다장조 미소는

원본으로 가지와 둥치에 남겨 두었다.

나무는 꽃으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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