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를 쇴고 쇠든 말든 그는 나를 지나갔다
내 곁 사람들의 곁을 우르르 비켜 갔다
스스로 가지 못했다
시계가 나열한 자연수를 따라 갔다
오름차순 반복에 막혀 하루를 쫓아갔다
하루도 버릇 같아 밤을 건너 낮에 발맘발맘
달력을 믿었나 보다
달력은 그가 올 날 머물 날 갈 날을 적어 놓았다
그는 빼먹지 않고 순서대로 짚어 갔다
쌓은 신뢰가 뚜렷하다
나는 달력 때문에 그가 온 걸 간 걸 알았다
하루 더 머문 사실도 목격했다
달력 때문에 머물 때
그가 지나간 내 곁 사람들도 모두 간 현실을 깨달았다
달력은 그를 붙들지 않았다
나는 그를 붙들지 못했다
술 잔 뒤에 커피 컵을 놓았지만 입 안대고 그는 갔다
그와 신뢰를 쌓지 못한 게 아쉽다
안 보이게 가슴 안에 그가 온 날 간 날 머문 날을 적었다
그가 다시 올 거라는 약속 아닌 습관을 믿으며
설이 설운 걸 수긍했다
곁에 남은 설의 흔적 궤적 기적을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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