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한설寒雪

담우淡友DAMWOO 2023. 1. 18. 08:26

 

따스한 겨울

눈(雪)은 눈(眼)을 가리며 내렸다. 발밑으로 가서 구두 밑창을 간질렀다. 구두보다 걸음이 더 깔깔거렸다. 눈은 걸음을 재촉했다. 걸음은 눈이 싫었지만 눈이 없는 곳은 골방뿐이었다. 눈은 걸음을 따라 길끝까지 갔다. 길은 끝나지 않았다. 걸음을 이끌고 개천을 건넜다. 나무에 슬쩍 어깨를 비비고 가지에 입도 얹었다. 눈의 입은 꽃방정이다. 나무 밑으로 가서 산부리를 간지른다. 산은 웃지 못하고 부처를 닮는다. 눈은 목어(木魚)를 두드린다. 산이 대신 참선(禪)에 든다. 법문(門) 솔깃한 눈은 산을 덮는다. 눈은 언어를 덮는다. 말 대신 바람을 읽는다. 어디까지 하애질지 망설인다. 눈이 내 걸음을 읽을 때쯤 나는 눈의 가슴을 본다. 피부는 차갑지만, 마음이 닿는다. 눈(雪)은 눈(眼)을 가리며 얼굴을 만진다. 숨지 못하는 콧등까지 핥는다. 'Me too' 일 저지른다. 현장을 들킨 후에도 질척인다. 봄에나 구속할 것이다. 신고 접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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