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거지 방

담우淡友DAMWOO 2023. 4. 21. 08:09

  그녀와 동거의 아침은 늘 조용했다
  출근은 서두르지 않았고 수입의 부피는 나지막했다

  그녀 안은 좁다랗고 아늑해서 들면
  달과 별이 가버린 뒤 참새가 재재거릴 때 눈을 뜬다
  동쪽이 해를 데려와 창가에 매달아 놓아야 
  겨우 등을 배 쪽으로 구부린다
  
  이 달엔 시간을 너무 써서 게으를 짬이 부족하다
  달콤한 입방아 찧으려면 그믐밤을 아껴야 한다
  도대체 퇴근 길에 저녁을 몇 잔이나 비웠길래 개밥바라기가 텅
  어느 작년 문자 땜에 먹자골목에 빠져버린 것일까
  인공누액 첨부하고 봐도 산등 물들인 노을이 없네

  보름밤이 왔을 때 그녀의 안이 환하다
  부족한 나태는 일 메가바이트만 충전하고
  하지 못했던 뜨거운 수다는 일 기가바이트 업그레이드 한다
  단칸의 그녀 안에 갇혀 초승달이 뜨는 밤에 엑셀을 클릭한다

  쓸모가 잔잔하고 함께 누울 시간이 대용량 짜릿하다.   









 

 

 

 

'글(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왕을 만나다  (0) 2023.05.15
날들  (2) 2023.05.04
비 후 해 雨後陽 sunlight after rain  (1) 2023.04.13
윤달의 달빛  (2) 2023.04.09
예쁜 잠잠  (0) 2023.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