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여왕을 만나다

담우淡友DAMWOO 2023. 5. 15. 07:46

  초록 잎새 짙어가는 가로수 아래
  오색 연등 걸린 아침의 거리
  봄잠 늦은 집집마다 햇살 먼저 조용히 깨운다

  밝은 녹색 청소차가 바지런히 골목을 돌면
  엎드려 있는 차 밑으로 그늘막을 짓는 길냥이  
  한 아저씨는 산을 다녀오고
  한 아줌마는 강변 산책로를 돌아오고

  5월 여왕의 크레놀린 받쳐 입은 초록의 드레스가 풍만하다
  햇살 고이는 가슴골과 젖무덤 기슭에 어리는 살빛 모성
  녹색 젖이 여울져 흐르는 레이스 솔기따라
  돌 지난 나무가 아직도 젖을 먹고
  올봄에 나온 풀잎들은 단체 수유 중
  젖을 뗀 꽃과 시작하는 꽃들이 갓길까지 늘어선 거리

  나는 여왕의 보통 백성
  칭얼대던 유년의 기억을 쫓아 여왕의 가슴 안으로 든다
  풀냄새 로션 향기가 매혹을 뿌린다
  이슬 맛 물기가 함초롬해 코와 입이 어지럽다
  엄마,라고 부르기를 간청하며
  길가의 씀바귀꽃 꺾어 꼿꼿한 무릎으로 바친다

  허락했는지 우유 빛 침이 가득 고인다.    

                                               * 크리놀린(Crinoline)





나무 王

 

'글(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의 기차에서  (2) 2023.05.28
챗GPT와의 詩 이야기  (3) 2023.05.22
날들  (2) 2023.05.04
거지 방  (2) 2023.04.21
비 후 해 雨後陽 sunlight after rain  (1) 2023.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