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잎새 짙어가는 가로수 아래
오색 연등 걸린 아침의 거리
봄잠 늦은 집집마다 햇살 먼저 조용히 깨운다
밝은 녹색 청소차가 바지런히 골목을 돌면
엎드려 있는 차 밑으로 그늘막을 짓는 길냥이
한 아저씨는 산을 다녀오고
한 아줌마는 강변 산책로를 돌아오고
5월 여왕의 크레놀린 받쳐 입은 초록의 드레스가 풍만하다
햇살 고이는 가슴골과 젖무덤 기슭에 어리는 살빛 모성
녹색 젖이 여울져 흐르는 레이스 솔기따라
돌 지난 나무가 아직도 젖을 먹고
올봄에 나온 풀잎들은 단체 수유 중
젖을 뗀 꽃과 시작하는 꽃들이 갓길까지 늘어선 거리
나는 여왕의 보통 백성
칭얼대던 유년의 기억을 쫓아 여왕의 가슴 안으로 든다
풀냄새 로션 향기가 매혹을 뿌린다
이슬 맛 물기가 함초롬해 코와 입이 어지럽다
엄마,라고 부르기를 간청하며
길가의 씀바귀꽃 꺾어 꼿꼿한 무릎으로 바친다
허락했는지 우유 빛 침이 가득 고인다.
* 크리놀린(Crino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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