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투표소 사전 풍경

담우淡友DAMWOO 2024. 4. 6. 11:22

저번에 짝은 사람은 말고 왜냐하면 일을 할 만큼 한 사람이고 새로 나온 사람으로 왜냐하면 첫 마음으로 일할 테니까 그래서 꾸욱 인장쳐 주고 그게 어느 고양이 편이든 진돗개 편이든 따지지 않고 모처럼 투표의 봄날 아침이 상큼 훈훈해서 쓴 마음자락 펄럭이며 들어간 투표소 안에는 안내서부터 신분증 검사 그리고 뽑아져 나온 투표용지가 짧은 것과 기~이~인 것 저 수양버들가지같은 이름들이 어디에 써먹을 공약인지~~~~~고양이와 진돗개는 맨날 으르렁 그르렁 주변에서 맴도는 길냥이와 떠돌이 투견들 어느 한 마리 입양할 의도 전혀 없지 깨끗하고 반듯한 투표 종이만 드르륵 채우는 문자 뿐이라 흥미는 정당한 권리를 비웃는 듯 그래서 마음 추스르고 기표소 안에들어가니 모처럼 권리로 주어진 공간이 비밀스러워 아늑하고 즐겁다 이 안에선 내가 무슨 선택을 지랄하든 아무도 말찌검하지 않을 테니 어느 고양이를 찍든지 진돗개 꼬리를 잡아끌 든 돌아보지도 않을 개들의 고향 길냥이의 차밑 차박 그래서 쌈박질 각축장에 끼지도 못할 이름 부끄럽고 행위 꼴불견인 너구리 당호 아래 꾸욱! 붉은 인장 속에 사람 하나 들어 있다 사람다운 사람이 사람 같은 후보를 찍으라고 '사람을 도장'으로 사용한 투표소 사전 풍경은 수채화 한 폭으로 그릴 만한 그림 같은 풍경 픽쳐레스크 하나 아니다 나는 고양이와 개들의 나라에 도장 찍을 권리만 가진 주민의 서민가지 산수유 나무 아래 소리없는 걸음으로 지나와서 지나가는 국민이라는 공칭의 인간 사이 사람 닮은 사람 그나마 투표하는 날 어깨 펴고 대단한 일거리라도 수행하듯 즐거운 걸음이 모처럼 당당해지는 이 날 사전투표 풍경은 내 주말 아침의 색조 다른 배경일 뿐이다 나는 미래의 우리 나라를 그림으로 그리는 화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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