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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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文)

귀라미와 뚜라미

담우淡友DAMWOO 2024. 8. 16. 08:11

8월5일 아침 첫 귀뚜라미 노래를 들은 후, 귀뚜라미의 모든 음원이 공개된 날들이다. 낮에는 매미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밤이면 귀뚜리들의 무대에 상현달과 별들이 찬조출연한다. 8월은 폭염과 열대야도 무릅쓰고 'K-POP 곤충 리사이틀' 공연이33회 파리올림픽 소식 만큼이나 전국을 덮는다. 사람 셰계에선 좋은 일에나 그른 일에나 잡음=불협화음이 생기지만, 곤충(자연) 세계에선 조화의 화음이 흐른다. 자연재해가 재앙이라면, 문명의 오염은 그 이상의 재앙이다. 문명이 자연을 괴롭히는 한 사람의 세계는 재앙의 길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매미와 귀뚜라미의 공연 시즌 속에서 귀로 듣는 사람들은 그 노래를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성찰하듯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곤충들의 노래는 번영(번식)의 노래다. 사람의 노래는?..................귀뚜라미  노래의 밤은 평온하다. 매미들의 합창은 싱그럽다. 사람의 노래를 매미와 귀뚜라미가 들을까?   귀라미의 노래가 계속 되는 한 뚜라미의 '받아들임'은 긍정과 자연의 힘이다. 

 폭염이 가실 줄 모르는데 귀뚜라미의 노래 따라 가을이 오고 있다.

 

 

          **

 

     첫 귀뚜리 우는 밤


  자정의 어두운 벽에다 
  귀뚜리가 여름 밤 첫 일기를 쓰고 있다

  밀린 일기를 한꺼번에 쓰듯 열심히

  만월 하루 앞 둔 달이 더위에 익은 얼굴로
  서쪽 페이지를 읽고
  모두 열어젖뜨린 문으로 시원한 밤 공기가         
  다음 장의 삼 층 내 방을 넘긴다

  장마전선이 휴전선 근처에서 북상을 멈추고
  동진하는 막바지
  누구한테서 성급한 가을 소식을 전송받았을까
  초저녁부터 읽고 있었을 달이 끝내 창을 넘어와
  침대 머리맡에 옮겨 적고 있다

  귀뚜라미 언어를 익혀 둔 나는
  입추 아직 먼 내일이지만
  "귀뚜리가 한 여름밤에 쓰는 첫 가을 일기..."

  탭북 화면에다 한글로 받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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