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2024/08 9

주저리 주저리 포도는 익어가고

'내고장 칠월은 청포도 익어가는 시절~' 이육사의 시구(詩句)에 열리는 포도는 특별하다. 독립투사의 향기가 어려 있고, 민족 고난의 신맛도 들어 있다. 지금은 샤인머스캣 청포도가 달달하게 익어가는 계절....함께 익어가는 블랙사파이어 포도의 향기도 8월(음력7월) 내내 들판에 번지고 있다. 포도 축제가 열리고, 아이들 그림대회도 덩달아 도화지를 펼친다. 포도가 익는 계절에는 8.15 광복절에 독립투사의 시향(詩香)도 함께 퍼진다. 포도(葡萄)는 다산(多産)이다. '주저리 주저리' 열리는 풍요의 만삭(滿朔)이다. 포도발의 송알송알 수많은 송이처럼 아이들이 자라는 도농(都農)의 땅이다. 아들 딸 포동포동 젖향기 퍼지는 맑고 깨끗한 도시의 포도향은 더욱 달콤하리.

글(文) 2024.08.29

늦은 처서處暑

현재 시각 새벽 2시 반 2024년 8월27일 경북 김천 부곡맛고을 6길.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밤 공기가 서늘하다. 열대야 행짜 속에서 처음 다가오는 처서의 기시감. 예정된 절기  8월22일 처서가 닷새나 늦게 온 밤이다. 지난 밤을 뒤척이지 않았다. 성격상 문을 다 닫고 자는데 열대야가 어디로 가서 방에 있지 않았다. 나만 느낌 좋게 밤을 지낸 것일까? 문을 죄다 열어 놓고 자는 건넌방 사람의 방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 아무래도 열대야가 응짜를 부리다 못해 심드렁해져 자기 사는 곳으로 가버린 것일까.  밤의 무더위 따위 아랑곳 없이 가을 노래 낭랑하던 귀뚜라미 목소리가 여전히 청랑하다. 짝을 몇 번이나 더 만나야 저 노래가 멈출지 모르지만, 저 열렬한 구애의 노래가 열대야 가버리자 귓가의 서늘함을 ..

글(文) 2024.08.27

귀라미와 뚜라미

8월5일 아침 첫 귀뚜라미 노래를 들은 후, 귀두라미의 모든 음원이 공개된 날들이다. 낮에는 매미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밤이면 귀뚜리들의 무대에 상현달과 별들이 찬조출연한다. 8월은 폭염과 열대야도 무릅쓰고 'K-POP 곤충 리사이틀' 공연이33회 파리올림픽 소식 만큼이나 전국을 덮는다. 사람 셰계에선 좋은 일에나 그른 일에나 잡음=불협화음이 생기지만, 곤충(자연) 세계에선 조화의 화음이 흐른다. 자연재해가 재앙이라면, 문명의 오염은 그 이상의 재앙이다. 문명이 자연을 괴롭히는 한 사람의 세계는 재앙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매미와 귀뚜라미의 공연 시즌 속에서 귀로 듣는 사람들은 그 노래를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성찰하듯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곤충들의 노래는 번영(번식)의 노래다. 사람의 노래는?.......

글(文) 2024.08.16

커피 콩 빻으며

아침 6시 헬스 클럽 운동은 갈증을 부른다. 정수기 물 보다 커피가 그립다.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물이 담긴 포트의 전원스윗치를 누른다. 물이 끓는 동안 운동할 때 썼던 옷과 세면 도구를 정리하고 이내 드리퍼에 거름종이를 안치고 서버 위에 얹는다. 끓인 물을 커피포트에 부은 다음 거름종이를 적셔 준다. 그런 후 커피 원두를 그라인더에 한 스푼 넣고 손잡이를 돌린다. 드르르, 드르르르....커피  콩이 그라인더와 대화를 한다. 조금 시끄럽지만 둘이 싸우는 것 같지는 않다. 사이가 좋다고도 보기 어렵지만, 그라인더는 부드럽게 돌아간다. 두어 번 커피 콩의 반대에 부닥치는지 멈췄다가 다시 돌아간다. 결국엔 커피 콩과 그라인더의 사이 좋은 합의에 따라 향긋한 원두 가루가 탄생한다. ' 에티오피아 아리차 워시드 ..

글(文) 2024.08.15

쉬운 매미 다르게 접기

맴맴맴 ~매임=참매미/  츠르르르르~츠르르 츠시, 츠르르 츠시, 츠르르 츠시,~츠르르이 츠르르이, 츠르르잇, 유씨 유씨 유씨이이~~~~-애매미/  뚜르르르르르르르르=말매미..........................참매미의 곡조가 청량(淸凉)하면, 애매미의 노래는 힘차고 유려하다. 말매미의 곡조는 단조롭고 시끄러운데 멀리서 들으면 그나마 포풀러 바람 소리다. 고향 시골길 미루나무에서 노래하는 쓰름매미의 목소리는 환청에 가깝다. 바람결에 일렁이는 곡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눈부신 땡볕도 잊고 멀고 먼 연파랑 하늘이 꿈속으로 변한다. 그 고향길 아스팔트 덮히고 미루나무 사라졌지만, 매미들의 합창이 폭염속에서도 여전히 낭낭할 때면 '의식(意識)의 흐름'처럼 뉴런( (neuron 신경 세포)저 끝으로부터 아..

아침의 사랑 커피

혀 끝에 닿으면 달달한 느낌은 선입견에 길들여진 감각일까.이내 신맛의 혀 구역을 버섯유두 들판으로 질러가면 성곽유두를 무너뜨리며 쓴맛의 향기로 입안을 점령한다. 과테말라 산타모니카 SHB( GUATEMALA SANTA MONICA SHB)  워시드 품질의 깔끔한 촉감. 적도 근처의 중알아메리카 과테말라의 어느 커피농장에서 나온 원두가 태평양 연안을 거쳐, 혹은 육로로 북미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 근처의 휴양도시 산타모니카로 와서 로스팅한 원두라는 뜻일까. 긴 이름에다 SHB(strictly hard bean) 까지 붙어 엄격하고 철저한 워시드(washed coffee)품질의 커피 원두가 이국의 환상과 더불어 카페인 향취를 무차별 발산하다. 내 혀는 포로가 되었고, 카페인이 윽박지르는 복종의 강요에 온몸을..

글(文) 2024.08.08

정말 가을 오려나

입추(立秋)  이틀 전 새벽 3시에 거실 창가에서 귀뚜리가 가을 노래 음원을 발표했다. 모두 잠든 집에서 나 홀로 먼저 들었는데, 첫 귀뚜리의 첫곡이었다. 수천 수백 년 같은 곡에 발표 날짜마저 알파 플러스 마이너스 이삼일 간격이지만, 7,8월 폭우와 폭염 사이에서 귀뚜리의 음원 발표는 언지나 반갑고 시원하다. 굳이 가을의 전령사(傳令使) 운운하지 않더라도 음원발표 당일 밤 여느 때와 다르게 시원한 밤공기였다. 8월7일 입추를 하루 앞둔 8월6일 아침에도 공기는 한층 서늘하게 다가왔다. 어제 늦은 오후 비가온 후 흐린 아침까지 습기로 눅눅했지만, 시원한 느낌은 거짓말처럼 곁으로 다가왔다.  아직 말복(末伏) 더위도 남아 있다. 매미들의 K-팝 합창은 공연 중반을 너어가고 있고, 해수욕장 소식은 이안류 주..

글(文) 2024.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