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 이틀 전 새벽 3시에 거실 창가에서 귀뚜리가 가을 노래 음원을 발표했다. 모두 잠든 집에서 나 홀로 먼저 들었는데, 첫 귀뚜리의 첫곡이었다. 수천 수백 년 같은 곡에 발표 날짜마저 알파 플러스 마이너스 이삼일 간격이지만, 7,8월 폭우와 폭염 사이에서 귀뚜리의 음원 발표는 언지나 반갑고 시원하다. 굳이 가을의 전령사(傳令使) 운운하지 않더라도 음원발표 당일 밤 여느 때와 다르게 시원한 밤공기였다. 8월7일 입추를 하루 앞둔 8월6일 아침에도 공기는 한층 서늘하게 다가왔다. 어제 늦은 오후 비가온 후 흐린 아침까지 습기로 눅눅했지만, 시원한 느낌은 거짓말처럼 곁으로 다가왔다.
아직 말복(末伏) 더위도 남아 있다. 매미들의 K-팝 합창은 공연 중반을 너어가고 있고, 해수욕장 소식은 이안류 주의와 너울파도, 자외선 주의까지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귀뚜라미는 어김없이 저장해왔던 가을 노래를 발표했다. 짝을 부르는 노래이건 수컷의 자긍심 표현이든 그 음원 따라 가을이 온다는 건 그에 대한 신뢰이자 기꺼운 상봉이다.
'글(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 콩 빻으며 (0) | 2024.08.15 |
---|---|
아침의 사랑 커피 (0) | 2024.08.08 |
아침의 매미와 커피 (1) | 2024.07.26 |
커피 원두가 아침을 건너올 때 (0) | 2024.07.09 |
철로 위에 詩가 놓이면 (0) | 2024.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