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나를 읽는 첫 장

담우淡友DAMWOO 2024. 9. 30. 08:16

나는 살과 뼈로 구성이 되었네

엄마 아빠가 공들여 제작했네

작품치고는 변변찮았는지

내용을 서술할 때 

많은 부분 맞춤법이 어긋났네

 

내가 나를 읽을 때마다 쉼표가 너무 많았네

숨이 자꾸 끊어져 마침표가 걸리적거렸네

 

엄마 아빠는 속독을 즐겼네

받침 하나 빠지더라도 즐겁게 넘어가고

사이 시옷쯤 챙길 짬을 잊었네

가끔 느낌표 하나에 몽둥이 같다며 웃었네

나는 웃지 못하고 음소와 음절로 짜여진

얼개의 이음새를 정독했네

 

뼈 사이의 연골처럼 

엄마 아빠의 철자가 찌릿찌릿 읽혔네

원문 없이 읽혀질 문장이 아니라서

로봇의 지시어 닮은 내장용 낱말을 검색했네

 

국제표준도서번호가 찍힐 때까지 

온전한 한 권이 되려고

지우고 끼워넣고 고친 구절이 한 두절 아니네

 

세상에 출간되어 나왔지만

서문은 고사하고 맺는말 아직 쓰지 못한

 

미완의 책으로 열심히 수정 보완 중이네.

 

 

 

 

 

  

'글(文)'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강, 세계로 흐르다  (2) 2024.10.11
단절과 요새 斷絶- 要塞 discontinuity and fortress  (4) 2024.10.10
부엉이 재떨이  (1) 2024.09.23
결격 사유 (缺格事由)  (2) 2024.09.20
추석과 사람 , 우리  (5) 2024.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