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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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文)

정말 5월인가?

담우淡友DAMWOO 2025. 5. 8. 11:36

 해님이 자러 간 사이 수은주가 앙탈을 부린다. 옷장에 넣어 두었던 패딩을 꺼내 입으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밤 사이 온순하게 동침하지 않을 거란다. 세탁해서 개어 넣었던 차렵이불마저 꺼내와 덧 덮으란다. 상현달이 밤의 강을 건너며 '푸른달'의 눈빛을 스쳐가도, 별들이 긴 밤의 시간 반짝여도 수은주 그녀는 행짜를 거두지 않는다. 

 그녀는 사람(?)을 개의치 않는다. 사람 됨됨이가 사람 다워야 사람으로 보는 것 같다. 사람이 계절의 변화를 순순히 인식해야만 5월의 온도를 맞출 의향이다.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이 온도계를 쥐락펴락 후욱 후욱 붉은 막대를 휘두른다. 그들에게 수은주의 높낮이 권리를 맡기고 싶지 않다. 온도에 민감해서 근접한 입김에도 전신이 성감대라 순식간에 감정이 더워진다. 고등어 썩는 입냄새의 입김이 싫다. 그 입으로 나오는 비린내에 진저리가 난다.

 아침에 일어난 해님이 성큼성큼 다가오면 수은주 그녀는 앙탈을 거둔다. 온도를 한 칸 두 칸 올리며 아직은 뜨겁게 사랑할 시간이 아니라는 응짜를 부린다.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이 사막이 있는 곳으로 사파리 여행을 떠나고, 사람다운 사람들이 자기 주변의 초원으로 산책을 나올 때 막대기의 높이를 고려할래요 한다. 패딩과 차렵이불을 아직은 그대로 침대 머리맡에 두라고 한다. 사냥을 좋아하며 사람답지 않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 태평양 바다 위에 적도의 해님이 쨍쨍 내리 쬐어도, '아니 아니야!' 거부할 수 있는 수은주 그 여자.............가까운 앞 개울가에 고마리 잎으로 푸르러지면, 그 때, 그 날 원피스 앞섶을 열고 살구 빛 온도를 쏟아 놓겠어요. 그녀는 5월의 달력에 온도를 맡기지 않는다. 사람다운 사람들이 신록(新綠)을 진심으로 느낄 때, 그 푸름름이 사람답지 않은 사람들까지 녹음으로 물들 때, 합당한 온도를 높이 게양할 거란다.  

 그녀의 고집을 바람이 달랜다. 그래도 사람이 현재이고 미래라며, 옳은 사람 그른 사람 섞여 사는 게 현재의 세상이라고 부드럽게 살랑살랑 북태평양 고기압을 데리고 와 맑은 하늘 도색한다. 저기압을 앞세워 축축하게 적시던 강짜를 부리다가도 곰살맞은 손길로 수은주 민어깨를 어루만진다. 비를 동반한 바람이 슬쩍 지나간 뒤 그녀는 한껏 푸르러져 가는 나무와 풀을 돌아본다. 해님이 먼저 뿌리는 따스한 눈빛이 반짝인다. 그녀는 실눈으로 미소를 지으며 한 칸 위로 막대를 민다. 세상은 추울 때 보다 온후할 때 더 세상다워지는 걸 수긍한다. 사람다운 사람들이 더 많이 오솔길 산책에 나오는 걸 본다. 그녀의 눈매가 푸르스름하다. 5월은 거짓없이 푸르러 가고 있다. 사람도 5월이 진정한 계절의 왕(王 king)이기를 바란다.    

 

 

 

봄의 왕도(王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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