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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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봄비

밤비 봄비 속삭이길래 봄비라면 라면사리 순한 면발 보슬보슬 산발머리 감겨 줄게 샴푸는 라벤더 향 꿈결에 뭔 말 못하나 그냥 저냥 밤비라면 매운 면발 후득후득 봄의 손목 끌어다가 손아귀에 넣어 줄게 무두질 한 소끔에 보드라운 하품 주룩주룩 촉촉한 아침에 뭔 약속인들 미루나 지껄이길래 당장 봄이라면 삼각으로 빚은 입질 한 입 목덜미 감아 줄게 숨 쉬는 시간 일 분 미리 찢은 달력에 3월을 걸어 놓고 오늘 하루 뭔 일로 아자아자 안 하려나.

글(文) 2024.02.19

고향이 되다

내 삶의 산골짜기 맑고 푸른 상류 머리 물가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를 졸졸 내려 보냈네 지느러미가 자라고 꼬리가 길어진 후 그리움의 알을 낳을 때마다 거기로 다시 갔네 영원한 고향일 것 같았네 몇 번이고 되돌아가는 크고 멋진 연어가 되었지만 어머니 아버지가 물가 밖으로 떠나 버린 후 그리움은 하류로 내려와 부화를 꿈꾸었네 종종 눈물이 실개천 흘렀지만 거기 삶의 알을 슬 때마다 소용돌이 수면 출렁이고 부화한 내일의 치어들이 지느러미와 꼬리를 키워갔네 곤들매기와 홍송어들이 알을 넘볼 때면 어머니와 아버지가 여울목에서 나를 지켜볼 때처럼 삶의 흐름 구비마다 심안(心眼)을 산란했네 상류 머리 골짜기의 맑고 푸른 둥지를 잃은 뒤안길 물안개 서리는 하류 여울 찾아오는 연어들이 파닥파닥 자꾸 내일이 푸르러 가서 나 ..

글(文) 2024.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