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녀(霖雨女). 그녀가 돌아왔다. 삼단 머리채 빗발 죽죽 늘어뜨리고 맨발 찰랑이며 물기 흠씬한 드레스 차림으로 왔다. 목 언저리의 레이스 무늬는 그대로지만 수분 함량이 백퍼를 넘었다. 조금만 닿아도 내 발부리가 젖는다. 막무가내로 기대어 오는 내 어깨가 금세 축축하다. 정신 나갈 정도로 그녀를 사랑한 적이 있다. 고향집 안마당에 그녀가 내리면, 개구멍을 빠져나가 밖깥마당 가장자리 배수로에서 물미끄럼을 탈 때, 막내삼촌이 만들어 준 수수깡 물레방아를 요염하게 돌렸다. 물레방아를 돌리는 매끄럽고 서늘한 그녀의 섬섬옥수를 들여다 보고 있다가 슬며시 잡으면, 신경섬유를 타고 측두엽까지 오르는 촉감이 정수리에서 아찔하게 소용돌이쳤다. 어깨가 젖고 바지 무릎이 온통 그녀의 침샘으로 빨래가 되는 것도 모르고, 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