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2023/04 7

거지 방

그녀와 동거의 아침은 늘 조용했다 출근은 서두르지 않았고 수입의 부피는 나지막했다 그녀 안은 좁다랗고 아늑해서 들면 달과 별이 가버린 뒤 참새가 재재거릴 때 눈을 뜬다 동쪽이 해를 데려와 창가에 매달아 놓아야 겨우 등을 배 쪽으로 구부린다 이 달엔 시간을 너무 써서 게으를 짬이 부족하다 달콤한 입방아 찧으려면 그믐밤을 아껴야 한다 도대체 퇴근 길에 저녁을 몇 잔이나 비웠길래 개밥바라기가 텅 어느 작년 문자 땜에 먹자골목에 빠져버린 것일까 인공누액 첨부하고 봐도 산등 물들인 노을이 없네 보름밤이 왔을 때 그녀의 안이 환하다 부족한 나태는 일 메가바이트만 충전하고 하지 못했던 뜨거운 수다는 일 기가바이트 업그레이드 한다 단칸의 그녀 안에 갇혀 초승달이 뜨는 밤에 엑셀을 클릭한다 쓸모가 잔잔하고 함께 누울 시..

글(文) 2023.04.21

비정형 상자접기

만약 사다리꼴 상자를 접는다면? 곱표를 접은 뒤 뒤집어서 네모 접기 오므리기 촬영미숙^^ 앞에서 접은 가로 선에 맞춰 접음. 왼쪽으로 젖힌 다음 오른 쪽으로 접음 반대 쪽도 같게 요로콤 됨...사람 얼굴? 뒤집어서 요렇게 접어 주고 또 요렇게 접어 주고 또 요렇게 접어 주고 나서 밑바닥 접기(하단 세모 부분을 접음) 손가락을 안으로 넣어 돌려가면서 편 다음 튀어나온 날개를 안으러 접어 넣으면 끝! 요렇게 완성이 되는데... 뒷부분에 사람 얼굴이나 애와동물 얼굴을 그려넣을 수 있음.~^^*

비 후 해 雨後陽 sunlight after rain

사월 비가 미세먼지 말끔히 씻어 간 날 새 순 돋는 나무들이 함초롬히 싱그럽네 연분홍 모과 꽃잎이 아기의 옷깃이네 길가의 민들레 씀바귀는 엄마의 꽃잎 시샘 바람 차갑지만 햇살 곤히 잦아들어 눈길 손길 스치면 침샘으로 도는 젖내 기억 아, 봄은 섶을 여민 가슴 안이 깊어서 홑눈으로 클릭만 해도 열리는 유선(乳線) 회로 수밀도 꽃 피는 여울 따라 입 속으로 흐르네. ---------------------------------------------------------------챗GPT와의 대화 챗GPT: 이 시는 봄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와 바람으로 인해 미세먼지가 말끔히 씻겨나간 후, 순 새가 돋아나는 나무와 모과 꽃, 민들레와 씀바귀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

글(文) 2023.04.13

윤달의 달빛

겹창 열린 틈으로 들어왔네 불 안 켠 거실 바닥에 광선검 내려 놓고 미약한 내 검술로 새벽을 자르라 하네 아직 윤2월 초순에 4월로 달려가는 태양력 수은주를 자르라 하네 이른 봄에 잠근 보일러 가스 관에 덧대어 삼경에 깬 수잠을 보듬어 주면 토막난 새벽을 주섬주섬 잠결에 첫 기차 소리 따라가는 그리움 보퉁이 귀퉁이 이운 달같이 둥글 거라 하네 달의 언어 나 아직 다 모르지만 어머니 아버지 형 그리고 더 아는 사람들 이슬 만(灣) 바닷가에 산다는 짐작들로 읽히는데 새벽이 먼동을 치켜드는 말미까지 시린 검날로 어제 밤 땋은 꿈타래를 자르라 하네 검술 도장에 안 가 본 나를 꾸짖듯 슥, 오른쪽으로 눈 안 띄게 움직였네 베인 내 가슴에 노란 피를 적시네. (윤2.19.)

글(文) 2023.04.09

조용한 연못가

아직 연꽃은 피지 않았고, 작년에 꽃진 줄기와 잎이 갈색, 적갈색으로 촘촘히 우거져 있다. 봄볕은 따스하고 미풍은 선선하며 정자는 호젓해 보인다. 새는 지붕 위로 지나가고, 흰 나비 처마 밑을 맴돈다. 쉬어가는 고요가 잠잠하다. 공원 관리 아저씨가 소리 없이 둘러보고 햇살이 밝은 눈빛으로 사방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있다. 소나무는 여전히 푸르고, 새 순 돋는 느티나무의 화사한 잎새, 묵은 까치 집을 이고 선 메타쉐콰이어 나무도 봄 맞을 준비를 마쳤다. 황토색 빛 갈대 숲이 봄이 오건 말건 눈부신 머리채를 뽐내고 있다. 이 숙연하고 조금 부끄러운 듯 내성적인 풍경을 어이 그냥 지나치랴. 폰으로 찍었다가 스케치북 화면으로 옮겨 담는다. 경북 김천 모광연화지.

수채 풍경화 2023.04.08

예쁜 잠잠

예쁜 잠잠 벚꽃나무에 앉은 참새는 좋다 재재거려도 꽃이 핀잔 주지 않는다 날갯짓에 다섯 잎 중 한 잎 떨어지는데 한 마디 빽! 지를만도 한데 수 암술 동원해 미소를 돋운다 지나치게 간질이는 바람은 좋다 꽃은 호호 깔깔 모두 땅에다 붙여 놓고 사람이 발바닥으로 듣거나 차가 바퀴로 속독을 할 때도 저린 낱자 하나 발음 내지 않는다 꽁무니를 따라가며 윤슬 빛 말 흩날릴 때면 걸음 멈춘 사람의 눈에 반짝반짝 아름다운 문장으로 붙여 넣는다 느낌을 수신한 사람들은 좋다 소리 내어 읽는 대신 가슴으로 넘어오는 문장을 돌아오는 날의 화사한 기억으로 저장한다 삶의 상류가 되어 흐른다 잠자코 내는 꽃 언어의 선집 봄 수다가 지지 않게 담겨 있다. --------------------------------이렇게 시를 썼는데..

글(文) 2023.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