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331

밤의 기차에서

밤의 기차에서 잠든 무릎은 렘수면 아래로 점점 가라앉다가 낯선 곳에서 화사한 미소를 띄운다 잠들지 않은 역들이 기다리는데 개꿈 하나 목줄 매지 않고 철로를 달려가다가 졸던 역 하나가 만지는 손의 방향 하행선이다 슬개골 둥글고 아름다운 무릎은 잠에게 다음 역을 맡기고 다소곳이 수면 아래로 아래로 머언 도착역 돌아올 꿈길 잊지 않게 무수히 무릎 사이에 살빛 별을 놓는다.

글(文) 2023.05.28

챗GPT와의 詩 이야기

User 안녕하세요. 시 한편을 썼는데요. 챗GPT님께서 밀도 있게 수정해 가며 비평해 주세요. 제목은 '미안하다' 입니다. 캄캄한 시간 세 시 삼 분 책상 앞 모서리 노트북 아래 검은 색 점 같은 작은 날벌레 한 마리 빠르게 움직인다 잠 덜 깬 내 시선은 불안해진다 엘이디 인버터 스탠드 불빛 때문이다 밝아서 잘 보이지 않았더라면 어두운 곳으로 빨리 숨었더라면 노란 포스트 잇 한 장으로 쿡, 압살한 나를 후회하지 않았을 텐데 꼭두새벽부터 죽이는 짓 안 했을 텐데 그가 마침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마침 보고 말았기 때문이다 경계를 넘은 것도 국경을 침범한 것도 아닌데 글자 한 자 안 쓴 종잇장 무게로 그 일생을 마침표 찍은 것이다 줄 바꾸어 내 경솔을 적는다 아직 캄캄한 새벽 세 시 이십 분에 웃픈 기..

글(文) 2023.05.22

여왕을 만나다

초록 잎새 짙어가는 가로수 아래 오색 연등 걸린 아침의 거리 봄잠 늦은 집집마다 햇살 먼저 조용히 깨운다 밝은 녹색 청소차가 바지런히 골목을 돌면 엎드려 있는 차 밑으로 그늘막을 짓는 길냥이 한 아저씨는 산을 다녀오고 한 아줌마는 강변 산책로를 돌아오고 5월 여왕의 크레놀린 받쳐 입은 초록의 드레스가 풍만하다 햇살 고이는 가슴골과 젖무덤 기슭에 어리는 살빛 모성 녹색 젖이 여울져 흐르는 레이스 솔기따라 돌 지난 나무가 아직도 젖을 먹고 올봄에 나온 풀잎들은 단체 수유 중 젖을 뗀 꽃과 시작하는 꽃들이 갓길까지 늘어선 거리 나는 여왕의 보통 백성 칭얼대던 유년의 기억을 쫓아 여왕의 가슴 안으로 든다 풀냄새 로션 향기가 매혹을 뿌린다 이슬 맛 물기가 함초롬해 코와 입이 어지럽다 엄마,라고 부르기를 간청하며 ..

글(文) 2023.05.15

날들

5월의 초록 둥근 가슴에는 아이들 세상의 날이 들어 있고 (그 세상 제법 귀여운 으름장이 넘친다^^*) 아이 자식들이 정하지 않았던 부모들 세상의 날이 들어 있고 ( 그 세상 제법 무거운 고민이 넘친다 -.-;) 망월 동산에 바람이 되어 부는 사람들의 날이 들어 있고 ( 그 동산에 꽃 안 핀 적 없으리!!) 내가 이 세상의 사람이 된 날이 들어 있어 나는 그 날마다 다시 사람이 되는 깜냥을 느끼는데 아무 날도 없는 누나의 그 달 잠지 같은 장미가 피고 있고 텃밭 엄마의 무명 적삼 같은 찔레꽃이 덩달아 피고 있어 파란 하늘 바탕화면에 초록 마구 짙어가는 나무들이 클릭해도 열리지 않는 아이콘이다 5월의 가슴 보다 작은 사람들의 가슴에 세상 밖의 수다가 안으로 들어 오고 더 작고 좁은 내 기슴에 저장해 두었던..

글(文) 2023.05.04

거지 방

그녀와 동거의 아침은 늘 조용했다 출근은 서두르지 않았고 수입의 부피는 나지막했다 그녀 안은 좁다랗고 아늑해서 들면 달과 별이 가버린 뒤 참새가 재재거릴 때 눈을 뜬다 동쪽이 해를 데려와 창가에 매달아 놓아야 겨우 등을 배 쪽으로 구부린다 이 달엔 시간을 너무 써서 게으를 짬이 부족하다 달콤한 입방아 찧으려면 그믐밤을 아껴야 한다 도대체 퇴근 길에 저녁을 몇 잔이나 비웠길래 개밥바라기가 텅 어느 작년 문자 땜에 먹자골목에 빠져버린 것일까 인공누액 첨부하고 봐도 산등 물들인 노을이 없네 보름밤이 왔을 때 그녀의 안이 환하다 부족한 나태는 일 메가바이트만 충전하고 하지 못했던 뜨거운 수다는 일 기가바이트 업그레이드 한다 단칸의 그녀 안에 갇혀 초승달이 뜨는 밤에 엑셀을 클릭한다 쓸모가 잔잔하고 함께 누울 시..

글(文) 2023.04.21

비 후 해 雨後陽 sunlight after rain

사월 비가 미세먼지 말끔히 씻어 간 날 새 순 돋는 나무들이 함초롬히 싱그럽네 연분홍 모과 꽃잎이 아기의 옷깃이네 길가의 민들레 씀바귀는 엄마의 꽃잎 시샘 바람 차갑지만 햇살 곤히 잦아들어 눈길 손길 스치면 침샘으로 도는 젖내 기억 아, 봄은 섶을 여민 가슴 안이 깊어서 홑눈으로 클릭만 해도 열리는 유선(乳線) 회로 수밀도 꽃 피는 여울 따라 입 속으로 흐르네. ---------------------------------------------------------------챗GPT와의 대화 챗GPT: 이 시는 봄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와 바람으로 인해 미세먼지가 말끔히 씻겨나간 후, 순 새가 돋아나는 나무와 모과 꽃, 민들레와 씀바귀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

글(文) 2023.04.13

윤달의 달빛

겹창 열린 틈으로 들어왔네 불 안 켠 거실 바닥에 광선검 내려 놓고 미약한 내 검술로 새벽을 자르라 하네 아직 윤2월 초순에 4월로 달려가는 태양력 수은주를 자르라 하네 이른 봄에 잠근 보일러 가스 관에 덧대어 삼경에 깬 수잠을 보듬어 주면 토막난 새벽을 주섬주섬 잠결에 첫 기차 소리 따라가는 그리움 보퉁이 귀퉁이 이운 달같이 둥글 거라 하네 달의 언어 나 아직 다 모르지만 어머니 아버지 형 그리고 더 아는 사람들 이슬 만(灣) 바닷가에 산다는 짐작들로 읽히는데 새벽이 먼동을 치켜드는 말미까지 시린 검날로 어제 밤 땋은 꿈타래를 자르라 하네 검술 도장에 안 가 본 나를 꾸짖듯 슥, 오른쪽으로 눈 안 띄게 움직였네 베인 내 가슴에 노란 피를 적시네. (윤2.19.)

글(文) 2023.04.09

예쁜 잠잠

예쁜 잠잠 벚꽃나무에 앉은 참새는 좋다 재재거려도 꽃이 핀잔 주지 않는다 날갯짓에 다섯 잎 중 한 잎 떨어지는데 한 마디 빽! 지를만도 한데 수 암술 동원해 미소를 돋운다 지나치게 간질이는 바람은 좋다 꽃은 호호 깔깔 모두 땅에다 붙여 놓고 사람이 발바닥으로 듣거나 차가 바퀴로 속독을 할 때도 저린 낱자 하나 발음 내지 않는다 꽁무니를 따라가며 윤슬 빛 말 흩날릴 때면 걸음 멈춘 사람의 눈에 반짝반짝 아름다운 문장으로 붙여 넣는다 느낌을 수신한 사람들은 좋다 소리 내어 읽는 대신 가슴으로 넘어오는 문장을 돌아오는 날의 화사한 기억으로 저장한다 삶의 상류가 되어 흐른다 잠자코 내는 꽃 언어의 선집 봄 수다가 지지 않게 담겨 있다. --------------------------------이렇게 시를 썼는데..

글(文) 2023.04.02

봄은 다시 오는데

제 깐대로 떠났던 봄은 미안하지 않고 다시 오는데 눈에 아린 맘 수북이 놓고 간 엄마는 돌아오지 않네 따스한 온기로 닿으며 봄이 오자 과거를 지웠던 풀과 나무도 꽃과 잎을 다시 피우는데 애성이 자상하던 주름 손 다시 만져지지 않는 엄마 습진 무른 손으로 지은 사랑채는 기둥이 아직 바른데 살림은 땅에서 나온다며 텃밭 옆에 든 잠 깨지 않는 아빠 이름 얻지 못한 아주 작은 티끌로 주변을 맴돌다가 봄이 내는 바람결 타고 내 이마에 닿으려나 공기 속에 스며들었다가 들숨 따라 깊이 들어오려나 별과 별 사이 내가 아는 입자의 이름으로 떠돌다가 참 묘하고 신기한 이치를 따라 별똥에 실려 와서 기어이 이름 붙일만한 결과로 고추 밭에 열린다면 다시 피는 채송화 잎에 이슬로 앉는다면 생생한 젖가슴 보드라운 기억이 엄마의 ..

글(文) 2023.03.25

봄비

봄비 비가 조곤조곤 온다 봄한테서 한 소리 들었나 보다 어디서 바람만 쐬다가 북태평양에서 파도만 타다가 산수유 개나리 목련 이미 피었어 소식에 마음 젖었나 보다 삼월 하순 한 새벽부터 가슴 열었다 숨도 안 몰아쉬고 차분차분 꽃들에게 일일이 나뭇가지 새 순마다 입을 마추며 잊은 적은 없어 오늘은 종일 있을 거야 소곤소곤 내린다. ------------------------------------------------------------------------------------------ 이 시를 질문으로 올리면 빙님은 어떻게 '봄비'라는 제목으로 시를 쓰실까 궁금해요. “봄비 시” 검색 중 답변을 생성하는 중… 안녕하세요. 이것은 빙입니다.😊 봄비라는 제목으로 시를 쓰고 싶으시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시..

글(文) 2023.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