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소묘

고향집은 타임캡슐

담우淡友DAMWOO 2017. 5. 5. 20:00

어린 시절이 담겨 있는 타임캡슐

고향 집

언제나 돌아가면 봉인이 열려 있다.

뒤적이지 않아도

바로 보이는 페이지마다

명조체로 적혀 있는 어린 시절의 사건들

옆집과의 떡갈나무 울타리...개구멍....오얏나무 앵두나무

'아이는 왜 자라는지...

이야기가 전설처럼 읽힌다.


1

2

진입로가 바뀌고

마을 앞을 돌고 돌아 끄트머리 우리 집에 당도하던

도랑물 길이 바뀌어도 어린시절의 내용은

낱말 하나 바뀌지 않는다

씀바귀꽃, 엉컹귀, 민들레 갓텉이 페이지마다 가득하다

벼들이 여전히 논에서 자라고

텃밭에는 고추, 콩, 들깨가 자란다. 

3

할아버지 할머니가 뒷산 자락에 묻혔고

아버지 어머니가 소나무를 조림한 산에

흙이 되었고

내 몸 하나와 또 하나 둘이

숲의 바람이 된다해도

개암나무 한 그루로

원추리 한 포기로 다시

자랄 것 같은 고향 집

흙...나무...풀....그리고 길


도랑길 따라 괭이밥, 씀바귀꽃, 바랭이,뱀딸기 피고

개울쪽으로 새로 낸 시멘트 벽 수로.....

논두렁 초입에 쌓아 놓은 비료 포대까지

다 그렸다.

마당을 나와 도랑길을 걸으면

잊었던 유년시절이 졸졸졸 흘러나온다.

논두렁에 서면

손으로 모내기하던 모춤과 못줄

써레질하던 아버지의 뒷모습까지 생생해진다.

지워지지 않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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