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담우미술학원

글에서 그림이 태어나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에서 글이 나오면 문장이 된다

글은 그림을 품고 그림은 글을 안고

글(文)

좋은 여름 날

담우淡友DAMWOO 2020. 8. 15. 06:57

          좋은 여름 

 

 

 

동쪽 하늘이 눈을  무렵에 강변 가는 산책 

밤새 발로 차낸  장마 뒤끝의 잿빛 구름 홑이불이 하늘 침대 한쪽으로 밀쳐져 있고

눈꼬리 아래로 쳐진 하현달도 아직 졸고 있었죠

더위 먹은 차도 이따금 동쪽으로 내닫는 시내 간선도로 전신주엔 광복절 태극기가 결려 있고

열대야( 개의 대야) 분량의 물을 퍼붓던 사람들이 띄엄띄엄 오가고 있었죠

공원 길을 지나는데 울려퍼지는 가을 전령들의 합창

아는 이름 귀뚜라미 방울벌레 정도 뿐이지만

 수가 십사  조금 넘는  작은 도시의 사람 수와 같을 거라는 짐작

그렇게 많은 전령들이 2020 가을 정기 공연을 펼치고 있었죠

나는 그저 표도 예매하지 않고 인터넷 검색도 하지 않은  익히 아는 공연 내용

그러면서도 느닷없이 듣는 노래처럼  깨어나 고막 근처까지 기어나온 달팽이관 상주 관리자가

어제  면봉으로 귀지를 청소한 귀바퀴 내의 외이 언저리를 바가지 긁고 있었죠

듣지만 말고 눈을 내려 음표를 짚어보라고

지나가지만 말고 달세뇨 표시 어디쯤  맞출 달맞이꽃이라도 있을 거라고

카펫에 평평하게 눌어붙었던 허리를 꺾어야만 닿을  있는 길섶에서 강아지풀 꼬리 하나 뽑이들고

장마전선 북진할  불었던 물이 줄어 드러난 경부선 철길 굴다리를 지나 다다른 강변 

! !

아직도 보를 넘는 장마 뒤끝의 물살이 넘실 대는 물길 위로 무지개 다리  쌍이 ! !

 위의 사내 다리와  아래의 그녀 다리가 다리의 다리와 다리를 연결한  ! ! !

충분히 짐작이 갔죠 어제 저녁부터 이제까지 저렇게 겹친  지치지 않고 있었다는 팩트를

수해를 입지 않아서 한가로운  아니라 수해가   퀴고  소식이 넘쳐서

저들끼리만이라도 애써 복구지원감성영상공모전에 출품할 유씨씨   만지작대는 중이라고

빨강 파랑 보라 녹색 절정에서 환희로 번갈아 불타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 돌아오는 

광복절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보관 통에서 꺼낸 태극기를 거실 창가에  걸었죠

장마전선에서 승리한 동쪽하늘이 서쪽 하늘까지 달과 별을 깨워 도열했듯이

폭염 주의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을 소야곡 무대를 펼치는 전령들과 같이

임시 공휴일 월요일까지 나도 살만한 사람같이 살겠다는 각오를 테블릿 피시 화면에다 적고 있었죠

옆에는 들고 온 강아지풀 꼬리가 충직하게 놓여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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